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의 공사비가 3.3㎡당 1600만원에 육박하면서 조합들이 비용 검증에 나서고 있다. 자재비·노무비 상승분과 고급화·특화설계에 드는 비용을 구분해 적정성을 따져보려는 것이다. 은마아파트와 목동7단지 등에서는 설계와 계약 조건을 검토할 외부 전문가를 도입해 시공사와의 협상에 대비하고 있다.
14일 한미글로벌에 따르면 회사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의 건설사업관리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착공 전 사업을 검토하는 프리콘(Pre-con) 단계에서 설계와 공사비, 계약 조건을 살피고 사업비 절감 방안 마련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최근 성수·여의도·압구정 등 주요 정비사업장에서는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여의도 광장아파트 38-1구역 조합이 책정한 예정 공사비는 3.3㎡당 1590만원으로 부가가치세는 별도다.
실제 건설 원가도 오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59(잠정치)로 전월보다 0.18%, 전년 동월보다 5.78% 상승했다. 전월 대비 열연강판 가격은 5.68%, 건축용 금속제품은 4.02% 올랐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의 가장 주된 요인은 자재비 상승이고 다음은 인건비 상승”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품질 관련 비용 증가와 고급화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다만 원가 지수 상승만으로 개별 사업장의 공사비가 적정한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같은 면적이라도 건물 높이와 지하층 규모, 공법, 마감재 등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가 상승분과 조합이 선택한 설계·상품 수준에 따른 비용을 나눠 살펴야 한다.
건설사업관리(PM·CM)는 이 과정에서 조합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한다. 설계와 공사비·공정·품질·안전 등을 검토하고 시공사와의 계약 및 협상을 지원한다. 설계나 공법을 바꿔 필요한 성능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낮추는 가치공학(VE) 검토도 수행한다. 공사 중 증액 요구가 나오면 사유와 산출 근거를 따져볼 수 있다.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공사비 검증은 통상 부동산원에서 진행하지만 내부적으로 각종 서류와 내용을 전문성을 가지고 추가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에서도 착공 전 계약서 검토와 행정업무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목동7단지도 최근 시공사 선정을 지원할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목동7단지 조합장은 “우선 시공사 선정의 마지막 단계인 입찰지침서와 입찰제안서, 가계약까지 진행할 예정”이라며 “공사비 방어가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PM·CM 도입이 공사비 인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별도 용역비가 발생하고 업체의 업무 범위와 전문성에 따라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 절감액을 평가할 때도 같은 설계·품질 조건에서 비용을 낮춘 것인지, 마감재나 시설 수준을 조정한 결과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센터장은 “건설사업관리자는 발주자인 조합의 부족한 전문성을 대신해줄 수 있다”며 “공사비뿐 아니라 사업 지연 가능성을 줄이고 설계나 시공계획이 조합에 불리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기술적인 검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업관리 업체마다 전문 분야와 역량에 차이가 있다”며 “소규모 사업장은 비용을 투입하기 어려운 만큼 정책적 지원이나 비상주 컨설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문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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