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뒤 대한민국에는 전기가 얼마나 필요할까. 폭염이 닥치거나 구름이 태양광 발전소를 덮으면 전력 수급은 달라진다. 데이터센터와 전기차까지 늘면서 계산은 더 복잡해졌다. 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AI와 데이터로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는 대한민국 전력의 'AI 관제탑'을 구축하고 있다.
전기는 일반 상품과 다르다. 전국에서 사용하는 양과 생산하는 양이 매 순간 균형을 이뤄야 한다. 부족하면 정전 위험이 커지고 필요 이상으로 발전하면 비용이 늘어난다.
이 거대한 균형을 관리하는 곳이 전력거래소다. 전국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발전계획을 세우며 전력계통과 전력시장을 운영한다. 국민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대한민국 전력 시스템을 움직이는 관제탑이다.
AI가 '5분 뒤 전기'를 읽는다
전력거래소의 핵심 업무는 전력수요 예측이다.
내일 오전 10시와 오후 3시, 저녁 8시에 얼마나 많은 전기가 필요한지 예상해야 발전량을 준비할 수 있다. 기온과 습도, 요일과 시간, 산업활동과 휴일 등 수많은 변수가 전력 사용량을 움직인다.
전력거래소는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일간·주간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AI 기반 예측을 주요 전략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5분 단위 전력수요 예측자료도 생산한다.
대한민국이 5분 뒤 얼마나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할지 데이터와 AI가 읽는 시대다.
AI의 중요성은 태양광과 풍력이 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원전과 석탄·가스 등 대형 발전소를 중심으로 전력수요에 맞춰 발전량을 조정하면 됐다. 이제는 구름이 끼면 태양광 발전량이 떨어지고 바람이 약해지면 풍력 발전량도 줄어든다.
전기를 얼마나 쓸 것인지뿐 아니라 얼마나 생산될 것인지도 함께 예측해야 한다.
ESS와 전기차, 분산형 전원까지 증가하면서 전력망은 수많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되고 있다. AI가 필요한 이유다.
AI가 전기를 먹고, 다시 AI가 전기를 지휘한다
전력시장을 뒤흔드는 새로운 변수는 AI 자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다. AI를 학습시키고 서비스하려면 수많은 GPU를 가동해야 한다. 대형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해당 지역에 막대한 신규 전력수요가 발생한다.
역설적으로 AI는 엄청난 전기를 소비하지만 그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다시 AI가 필요하다.
앞으로 전력거래소는 원전과 가스발전, 태양광과 풍력에 더해 ESS와 전기차, 분산에너지, AI 데이터센터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사람의 경험과 기존 통계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전력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예측하고 최적의 선택을 지원하는 AI의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성진의 '에너지 대전환'
김성진 이사장은 지난 5월 취임하면서 안정적 전력수급체계 구축과 전력시장 혁신,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분산에너지는 미래 전력 시스템을 바꾸는 중요한 변수다.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과 산업지역으로 보내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시스템이 확대된다.
전력과 산업입지의 관계도 달라진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처럼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시설이 계속 늘어나면 필요한 곳마다 송전망을 건설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산업을 유도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진다.
지역별 전력가격과 분산에너지, 산업입지가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AI와 데이터는 어느 지역에 전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 송전망에 어떤 부담이 생길지를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전력거래소의 역할도 단순한 전력 수급 관리에서 대한민국 에너지와 산업의 효율적인 배치를 지원하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전력거래소도 'KPX형 AI'로 전환
전력거래소 자체의 AX도 시작됐다.
전력거래소는 2026년 에너지 대전환과 AI 혁신에 대응해 조직을 개편하고 AX데이터 기능을 강화했다. 'KPX형 AI' 도입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핵심 자산은 데이터다.
발전량과 전력수요, 시장가격과 계통운영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가 쌓인다. 이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예측과 분석을 실제 의사결정에 연결하면 전력계통 운영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AI 기반 전력수요 예측은 그 출발점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과 전력시장 분석, 분산자원 관리 등으로 활용범위가 확대될 여지가 크다.
전력거래소가 지향해야 할 AX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AI 시스템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를 이용해 대한민국의 전력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전력의 'AI 관제탑'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대한민국 전력산업의 역할도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회사가 전기를 생산하고 한국전력이 송·배전망을 통해 전기를 보낸다면 전력거래소는 전국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며 전체 시스템을 지휘한다.
전력거래소는 대한민국 전력의 '두뇌'인 셈이다.
이 두뇌에 이제 AI가 들어오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이 늘고 ESS와 전기차가 확산된다. AI 데이터센터라는 거대한 새로운 전력 소비자도 등장했다. 전기를 만드는 곳과 사용하는 곳이 모두 다양해지면서 전력 시스템의 복잡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성진 이사장이 추진하는 에너지 대전환의 성패도 이 복잡한 시스템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분석한다. 방대한 전력 데이터를 읽어 전력계통과 시장 운영의 판단을 돕는다.
AI가 전기를 먹는 시대를 넘어 AI가 대한민국 전기를 지휘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대한민국 전력의 관제탑인 전력거래소가 이제 'AI 관제탑'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
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산업·에너지 정책 전문가다.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과 통상정책국장, 대통령비서실 산업통상비서관,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6년 5월 전력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해 안정적 전력수급과 전력시장 혁신,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을 중심으로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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