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태광산업vs트러스톤자산운융 폭우
태광산업과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둘러싼 이견에서 시작된 양측의 갈등이 교환사채(EB) 발행을 계기로 법적 분쟁으로 번졌고, 최근에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의 경영 개입 여부를 둘러싼 지배구조 문제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2021년 투자 후 배당·자사주 놓고 충돌
11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과 트러스톤의 갈등은 트러스톤이 태광산업에 투자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러스톤은 투자 이후 태광산업의 낮은 배당성향과 대규모 현금성 자산, 자사주 활용 문제 등을 꾸준히 지적하며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해 왔다. 트러스톤 측은 2021년 투자 이후 신성장 사업에 보유 현금 투자를 요구했고, 2022년 12월 태광산업이 발표했던 10조원 규모 투자계획 이행도 촉구했다.양측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트러스톤은 지난해 2월 주주서한을 통해 태광산업에 △배당성향 정상화 △자사주 추가 매입 △보유 자사주 24.4% 소각 등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했다. 트러스톤에 따르면 태광산업이 이러한 요구에 대해 "거래량이 적어 장내 자사주 매입이 어렵고 기존 자사주는 향후 인수합병(M&A)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당사에 수용 가능한 방법을 제안해 달라"고 답변했다. 트러스톤은 이후 장내 매입의 대안으로 공개매수를 제시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3186억 교환사채(EB) 발행에 법정공방
갈등은 같은 해 6월 태광산업의 EB 발행 추진을 계기로 법정으로 옮겨갔다. 태광산업은 2025년 6월 27일 보유 자사주 27만1769주, 지분율 24.41% 전량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약 3186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결정했다. 회사는 섬유·석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화장품 등 신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 조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트러스톤은 대규모 자사주가 외부로 처분될 경우 기존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트러스톤은 결국 태광산업을 상대로 EB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 태광산업도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EB 발행 후속 절차를 중단하며 양측의 갈등은 본격적인 법적 공방으로 번졌다. 금융감독원도 당시 태광산업의 자기주식 처분 및 EB 발행 공시에 처분·발행 상대방에 대한 중요 내용이 누락됐다며 정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1차 법적 공방에서는 태광산업이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트러스톤이 낸 EB 발행금지 및 이사위법행위유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트러스톤은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태광산업은 같은 해 11월24일 EB 발행과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철회했다. 이에 트러스톤도 관련 가처분 소송을 취하하면서 EB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일단락됐다.
올해 들어 갈등의 초점은 다시 '주주가치'로 옮겨갔다. 태광산업이 지난 6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내놓자 트러스톤은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트러스톤은 2030년까지 배당성향을 40% 수준으로 높이고 액면분할이나 무상증자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태광산업은 '단기적인 주가 부양보다 신사업 투자와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올해 밸류업 넘어 '경영협의회 개입' 공방
이달 들어서는 갈등의 범위가 태광산업의 의사결정 구조로까지 확대됐다. 트러스톤은 지난 3일 태광산업 이사회와 이사 전원에게 공개주주서한을 보내 태광그룹 경영협의회가 EB 발행과 기업가치 제고계획 등 주요 경영 판단에 관여했는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정관이나 사업보고서 등에 근거가 명확히 나타나지 않는 그룹 차원의 협의체가 상장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사회 독립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러스톤은 30일 안에 충분한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임시주주총회 소집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태광산업도 곧바로 받아쳤다. 태광산업은 지난 4일 트러스톤이 회사의 정상적인 사업재편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책임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트러스톤이 과거 주당 200만원 수준의 공개매수를 제안한 것을 두고 "비상식적 주주환원이자 위법적인 주가 부양 요구"라고 비판했다. 이어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따른 경영 부담을 외면한 채 단기 주가 상승만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에 트러스톤도 다시 반박에 나섰다. 트러스톤은 공개매수 방식 자체가 태광산업 경영진이 자사주 장내매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대안을 요청한 데 따라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당 200만원 역시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이 아니라 평가 방식을 통해 산출한 추정치였으며, 이견이 있다면 독립적인 제3자 평가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회사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개매수가 실시되더라도 트러스톤 자신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사전에 밝혔다고 덧붙였다.
'사업재편을 방해했다'는 태광산업 주장도 부인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애경산업과 동성제약 인수에 반대한 사실이 없으며,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하기 위한 2025년 임시주주총회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정관 변경안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측 갈등의 핵심에는 태광산업이 보유한 대규모 자산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를 둘러싼 시각차가 자리하고 있다. 트러스톤은 '낮은 배당과 미소각 자사주, 현금성 자산 등이 태광산업의 장기 저평가를 초래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태광산업은 석유화학·섬유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유 자사주와 현금을 단순 주주환원에 활용하기보다 M&A와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기적인 주가 상승보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수익성 개선이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