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발표한 한국형 컨테이너운임지수(KCCI) 분석에 따르면, 한일항로는 글로벌 시장의 파고 속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고요한 운임'을 이어가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정경남 해진공 ESG경영팀 차장은 "글로벌 운임 지수인 SCFI와 달리 한국발 13개 항로 시황을 반영하는 KCCI를 기준으로 볼 때, 한일항로는 타 항로 대비 변동성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2024년 1월 운임을 기준(100)으로 설정해 2026년 8월까지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 미주 항로는 2024년 7월 홍해 사태 등 공급망 차질로 인해 최고 3배 이상 폭등한 뒤 급등락을 반복했다. 미주 서안 항로의 최고 운임은 TEU당 7000달러에 달했으며 최고·최저 간격은 4배, 주간 평균 변동률은 8%를 기록했다.
한일항로의 가장 큰 특징은 전체 물동량(올해 상반기 기준 약 110만 TEU) 중 환적(TS) 화물이 68%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양국 간 직접 수출입되는 로컬 화물은 32%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조는 일본의 다항만 체제와 비용 구조에서 비롯된다. 일본은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등 5대 메이저 항만 외에 지방 마이너 항만이 수많이 분산돼 있다. 일본 지방 화주들이 자국 메이저 항만을 이용할 경우 높은 육상 운송비(트럭킹 비용)와 도로 톨비, 육상 기사 부족 문제로 큰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일본 화주들은 자국 내 수송 대신 지리적으로 가깝고 정기선 서비스 빈도가 높으며 규모의 경제를 갖춘 부산항을 환적 거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부산항의 물동량은 약 2400만 TEU로 일본 5대 항만의 합산 물동량(1500만 TEU)을 크게 상회한다.
한일항로는 글로벌 원양 선사나 일본 선사의 참여가 제한적이며, 11개 한국계 연근해 선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머스크나 MSC 등 다국적 대형 선사나 일본의 ONE 등은 한일 구간 운임 수준이 낮아 직접적인 로컬 영업보다는 피더(셔틀) 목적으로만 활용한다.
국적 연근해 선사들은 글로벌 대형 선사들과 환적 화물 계약(SOC 등)을 체결해 안정적인 베이스 물량을 확보하므로, 운임을 인하해 화물을 유치하는 소모적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있다.
아울러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를 통한 선복량 조절 및 실링제 운영도 운임 지지에 기여해 왔다. 정 차장은 "선사들이 시황 악화 시 선적 상황을 조절하여 공급을 관리할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안정적 체제에 대한 도전 요인도 상존한다. 글로벌 규제 당국의 경쟁법 적용 강화로 선사 간 공동행위에 대한 견제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또한 글로벌 해운 시황이 악화될 경우 대형 선사들의 연근해 시장 진입이나 M&A를 통한 공격적 영업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차장은 "현재까지는 한일항로가 고요하고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와 시장 변동성에 따라 이 체제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향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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