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 경제의 명목 성장률이 이례적으로 높아진 가운데 기업 실적 개선과 투자 확대, 세수 증가, 가계 소득 개선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다만 소득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면서 수요 측 물가 압력을 키우고, 주택 매입 수요와 가계부채를 자극해 금융불균형 위험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명목 성장률이 20%를 웃돌며 이례적인 확장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이번 명목 성장률 급등은 과거와 달리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주도한 것으로 평가했다. 2분기 명목 GDP는 전 분기보다 9.2%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4% 늘어 1979년 3분기(27.7%) 이후 4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역조건 개선은 기업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정보기술(IT) 부문뿐 아니라 조선·기계 등 여타 제조업의 수익성도 함께 개선되면서 설비투자 증가율이 크게 확대됐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내년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실적 개선은 정부와 가계로도 파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상당 폭 늘어난 가운데 내년에도 세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정부의 재정 여력이 확충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가계 역시 앞으로 소득 여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소비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하면 명목 성장률 급등은 투자 확대와 임금 상승, 세수 증대 등을 통해 경제 전반에 파급되면서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하지만 소득 증가가 반드시 경기 회복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은은 수요 측 압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늘어난 소득이 저축이나 자산 취득보다 민간소비로 이어질수록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명목 GDP가 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낮아질 수 있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소득 여건 개선이 주택 매입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고 봤다.
특히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레버리지 확대와 자산시장의 상호작용이 금융불균형 위험을 키울 가능성도 경고했다.
한은은 "명목 성장률 급등이 성장뿐 아니라 물가와 금융안정 등 거시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효과적인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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