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와 중앙일보 회사채 등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금융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이 중앙그룹 총수 일가와 발행·판매에 관여한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집단 형사 고소에 나섰다.
JTBC·중앙그룹 회사채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은 9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그룹 총수 일가와 계열사 법인, 관련 금융사 등 총 20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전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고소에는 JTBC 및 중앙일보의 공모 회사채와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전자단기사채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 319명이 참여했으며, 거래 내역으로 객관적으로 확인된 피해 금액만 최소 325억원에 달한다.
피고소인에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 홍정인 콘텐트리중앙 대표 등 총수 일가 3인을 비롯해 중앙홀딩스, JTBC, 중앙일보 등 계열 회사 법인 및 전·현직 대표이사들이 포함됐다. 아울러 증권 발행과 유통, 판매 및 자산 운용을 담당한 신한투자증권, 한양증권, 키움증권, JNS투자일임과 해당 금융사 담당 임직원들도 부정거래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변호인단은 중앙그룹이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한 계열사 간 자금 돌려막기와 회수 불능 채권에 대한 손실 미반영을 통해 재무제표를 구조적으로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중앙그룹은 장부상 자본 잠식 위험이 있는 계열사의 신종자본증권을 다른 계열사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외형상 자본을 확충한 뒤, 이를 바탕으로 시중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았다. 그러나 조달된 자금은 발행사에 남아있지 않고 다른 계열사로 유출됐으며, 회수가 어려워진 계열 채권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손실을 숨겨왔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24년 중앙홀딩스와 다보중앙이 JTBC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740억원을 인수한 정황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JTBC는 장부상 자본을 늘려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 것처럼 꾸몄으나, 해당 자금은 실제 JTBC의 운영에 쓰이지 않고 스튜디오아예중앙과 피닉스스포츠 등 다른 계열사로 출자되거나 대여됐다. 결국 JTBC에는 이자 및 상환 부담만 남고 실질 자금은 타 계열사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형성됐다.
회계 평가의 불균형성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2025년 말 기준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계열사에 출자한 돈 1조68억원 중 약 61%인 6150억원을 손실로 반영했다.
반면 동일한 계열사들에 빌려준 대여금 및 채권 7405억원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을 단 1원도 설정하지 않았다. 동일한 계열사의 주식 가치는 하락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해당 회사에 대한 채권은 전액 회수 가능한 것으로 왜곡한 것이다.
JTBC는 이처럼 왜곡된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총 4개 회차에 걸쳐 32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이 중 2450억원의 원금이 현재 기한이익상실 상태로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이복현 변호사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번 고소가 단순한 개별 회사의 자금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유기적인 계획 하에 실행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그룹 전체의 자금 흐름을 보면 홀딩스를 중심으로 총수 일가의 자금이 투입되고, 다시 계열사 지원 및 회수 과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거래 구조가 존재한다"며 "2023년 이후 자금 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개별 계열사 라인을 넘나드는 자금 지원 결정은 총수 일가와 그룹 CFO 등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개입 없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사건 관할 및 수사 주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다중 피해가 발생한 대형 자본시장 범죄임에도 피해자들이 직접 회계 분석팀을 꾸려 실체를 규명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현재 사법 제도의 구조상 서울남부지검의 직접 수사가 어렵다면, 자본시장 범죄 수사 전문성을 갖춘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 사건을 신속히 이송해 수사 지휘권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 수사나 중수청 이송 시 사건 처리가 1년 이상 지연될 위험이 있어, 연내 실효적 수사가 가능한 금감원 특사경의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고소된 금융회사들의 책임에 대해서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주관사 및 유통사들이 수년간 사채 발행과 IB 업무를 수행하며 그룹 경영진과 깊이 소통해 온 점, 신종자본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기 유동화 상품을 직접 조성해 판매한 점 등을 들었다.
이 변호사는 "금융투자업자는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야 함에도, 거액의 수수료를 취득하며 상환 위험을 알리지 않고 상환이 무난할 것이라는 투자설명서를 반복 작성했다"며 부정거래 공모 혐의 적용의 타당성을 피력했다.
변호인단과 피해자 대표들은 피고소인들에 대한 형사처벌 자체가 최종 목표는 아니며, 정확한 사실관계 규명을 통한 실질적 피해 회복과 경영진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수사 기관을 향해서는 계열사 간 자금 흐름에 대한 계좌 추적과 내부 자료 확보를 위한 신속한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강력히 요청했다.
앞서 지난 6월 JTBC가 약 200억원 규모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여파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후 중앙일보, 중앙홀딩스, 메가박스 중앙 등 중앙그룹 계열사 전부가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중앙그룹 재무위기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채권자들은 중앙그룹을 비롯해 경영진, 오너 일가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돌입했고, 서울회생법원은 중앙그룹 5개사에 법정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특히 JTBC에는 내년 1월 29일까지 구체적인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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