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내년 도입을 추진하는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이 무주택자의 주거 안전망으로 자리 잡으려면 선호 입지와 주거 품질뿐 아니라 입주자가 감당할 수 있는 보증금·임대료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은 3기 신도시 역세권과 서울 도심 등 선호 지역에 민간주택 수준의 공공임대를 공급하고 소득·자산 기준을 완화해 다양한 계층의 무주택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남양주 왕숙 S10블록과 인천 계양 AC2-1블록, 하남 교산 공공복합용지 등이 공급 대상지로 거론된다. 기본 거주기간은 6년이지만 출산과 자녀 수에 따라 연장해 자녀가 3명 이상이면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전체 물량의 50% 이상은 무주택 청년층에 배정할 예정이다.
기존 공공임대가 저소득층 중심이었다면 보편형 공공임대는 입주 대상과 주거 품질을 확대해 보다 폭넓은 무주택자를 수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구체적인 보증금과 임대료 산정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입주 기준을 완화하고 입지와 면적을 상향하더라도 실제 주거비가 높으면 청년과 무주택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공공임대 주거비는 주변 시세나 주택 공급원가, 입주자의 소득 등을 기준으로 설계할 수 있다. 시세에 연동하면 집값과 전셋값이 높은 지역에서는 보증금과 임대료도 함께 오른다. 공급원가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토지비와 건축비가 늘면 임대료가 높아질 수 있다.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화하면 입주자 부담은 낮아지지만 정부와 공공기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장기전세주택은 보편형 공공임대와 가격 구조가 다르지만 선호 입지의 공공임대가 시세에 연동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담을 보여준다. 장기전세는 인근 2~3개 단지의 전세계약금액 평균 등을 토대로 보증금을 산정해 주변 전셋값이 오르면 보증금도 상승한다.
최근 SH의 제8차 장기전세주택2(미리내집) 모집공고를 보면 강남구 청담르엘 전용면적 59㎡ 보증금은 11억7000만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13억884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달 제51차 장기전세주택 모집공고에서도 전체 1381가구 가운데 421가구(30.5%)의 보증금이 무자녀 가구에 적용되는 기본 총자산 기준 6억6200만원을 웃돌았다. 보증금이 10억원 이상인 물량도 82가구(5.9%)였다. 자산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입주하려면 별도의 목돈이 필요한 셈이다.
다만 입지와 품질을 높이면서 주거비까지 일률적으로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원과 공급 여력이 무한하지 않은 상황에서 넓고 품질이 좋은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투입 비용을 회수하려면 일정 수준의 임대료가 필요한 만큼 공급 가격을 무조건 낮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공이 토지비와 건축비 등 공급 원가를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보편형 공공임대는 분양이 아니라 임대주택인 만큼 주거비를 낮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저렴한 토지를 확보해 공급하면 임대료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주택에 투입되는 비용이 높아질수록 전월세 부담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공공이 토지비와 건축비 등 원가를 낮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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