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AI·야간경제 전액 삭감…전장연 연계 사업은 부활

  • 시의회, 청년AI 56억·상권사업 12억원 제동

  • 서울시 "시장 핵심 정책 발목잡기 우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협치를 강조했던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추가경정예산안과 조례안을 놓고 정면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내놓은 청년 인공지능(AI) 지원과 야간경제 활성화 사업 예산은 시의회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잇따라 전액 삭감됐다. 반면 서울시가 집회·시위 중심의 운영 문제를 이유로 폐지했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민주당 주도로 부활 수순을 밟고 있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80석의 압도적인 의석을 앞세워 시장의 핵심정책 추진을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의회는 예산 편성 절차와 사업 효과를 검증하는 것은 의회의 당연한 책무라는 입장이다.
 
6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는 지난 3일 '청년 AI 성장권 지원' 사업에 편성된 추경예산 56억25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청년 AI 사다리'로 불리는 이 사업은 19∼29세 서울 청년에게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권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약 50만명의 청년이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생성형 AI를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오 시장이 민선 9기 취임 직후 직접 발표한 첫 청년정책이다.
 
시의회는 지난 1일 1차 심사에서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지원 대상 50만명의 산출 근거와 지원 연령을 19∼29세로 정한 타당성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3일 2차 심사에서는 별도의 추가 질의 없이 감액안이 발의돼 전액 삭감됐다.
 
청년 AI·야간경제 잇단 제동…서울시 "핵심사업 무력화"
 
하루 앞선 2일에는 기획경제위원회가 '지역별 야장 조성 및 운영' 사업 예산 12억원을 모두 삭감했다. 이 사업은 밤 시간대 서울의 관광·소비·문화 활동을 확대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려는 민선 9기 야간경제 전략의 하나다.
 
시의회는 예산 심의 전에 공모 절차가 진행됐고, 의회 심의를 거치지 않는 특별조정교부금으로 사업을 추진해 예산 심의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활성화된 상권을 추가로 지원할 필요가 있는지, 관련 조례에 충분한 지원 근거가 마련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시의회의 지적 가운데 보완할 부분은 보완하겠다면서도 핵심사업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게 하는 결정이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업 규모를 조정하거나 조건부로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전액을 들어낸 것은 정책 검증을 넘어선 정치적 견제에 가깝다는 것이 서울시 측의 인식이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이번 삭감이 개별 사업에 대한 판단에 그치지 않고 향후 오 시장의 주요 정책 전반에 대한 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보유한 국회에서 과거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과 예산을 강하게 제약했던 운영 방식이 서울시의회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 시장의 기존 대표 사업인 '손목닥터9988'을 둘러싼 움직임도 이러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직장과 학교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생활하는 시민까지 참여할 수 있는 사업 대상을 서울 거주자로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회기 상정은 보류됐지만 향후 다시 논의될 수 있어 사업 운영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폐지사업 복원 조례 통과…전장연 연계·예산 편중 논란
 
반면 오 시장이 폐지했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복원 절차에 들어갔다.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3일 이상훈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서울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을 원안 가결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80명 전원이 발의에 참여했으며 상임위에서도 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개정안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정의를 신설하고 관련 일자리의 개발·보급·확대, 참여 규모, 전담인력과 위탁기관 등에 관한 사항을 장애인 고용촉진 계획에 포함하도록 했다. 욕구·수요조사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자립생활 프로그램 및 평생교육 연계, 위탁기관과 전담인력에 대한 예산 지원 근거도 담았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관련 예산이 다시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이 폐지되기 직전인 2023년 예산은 약 58억원이었다.
 
서울시는 장애인의 노동권과 사회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과거 사업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시의 2023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2022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직무활동 1만7228건 가운데 캠페인은 8691건으로 50.4%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전체 사업비의 82.3%인 47억7400만원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협력관계에 있는 일부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에 집중됐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사업이 일반적인 장애인 일자리보다 집회·시위와 캠페인 참여에 편중되고 특정 단체에 예산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며 조례안 심사 보류를 요청했다. 상위법과의 정합성, 향후 재정 부담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기존 노동시장에서 배제돼 온 최중증장애인에게 권익옹호 활동도 정당한 직무가 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과거 운영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관리·감독과 평가체계를 강화해야지 사업 자체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청년 AI와 야간경제 예산은 전액 삭감하면서 논란 끝에 폐지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복원하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민선 9기 초반 서울시정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향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 심사 결과가 서울시와 시의회의 협치 여부를 가르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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