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개각만으로 지지율 반등은 어렵다

1
[신율 명지대 교수] 
 

이재명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이 중폭인지 대폭인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소폭의 개각은 아닌 것 같다. 정권의 입장에서는 소폭의 개각보다 중폭 혹은 대폭의 개각이 오히려 부담이 덜할 수도 있다. 소폭 개각일 경우, 장관 후보자 한두 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이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 역시 집중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폭 혹은 대폭의 개각일 경우에는 관심사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어, 여론의 주목 역시 흩어지고 후보자들을 둘러싼 의혹 제기 역시 상대적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중폭 혹은 대폭으로 개각을 단행했다고 하더라도 특정 장관 후보자에게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경우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청문회 정국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개각의 목적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2,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38.9%였다. 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된 한국갤럽의 자체 정례 여론조사(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두 여론조사 모두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42%였다. 전화 면접 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오차 범위를 감안하면 실제 지지율의 추정 범위에는 30%대 후반도 포함된다. 여기에 최근 지지율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대통령 지지율이 40%대에 머물고 있다고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지금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개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과거 정권들의 사례를 살펴봐도 개각만으로 지지율이 오른 경우가 많지 않았다는 데 있다. 즉, 개각 자체가 대통령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 직접 작용한 경우는 많지 않았고, 개각이 다른 정치적 이벤트와 맞물릴 때에 지지율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은 장관 교체만으로 정권의 방향성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책임 총리제의 구현이 일종의 구호에 그치고 있다. 책임 총리제를 표방한 정권은 많았지만, 실제로 책임 총리가 존재한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관이 아니라 총리가 바뀌더라도 국정 운영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드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관 교체를 두고 정권이 새로운 방향성을 갖고 여론에 호응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 역시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즉, 총리에게조차 충분히 부여하지 않는 재량권을 장관들에게 넘겨줄 리 없다고 여기는 국민이 많기 때문에, 개각 자체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각에서 여성 장관 두 명을 기용한 것을 두고, 현 정권에 대한 여성들의 지지가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지만, 이 역시 여성 장관 기용의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권이 여성 총리를 기용했다고 해서 여성들이 환호하며 정권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고 볼만한 근거가 희박한 것이 현실인데, 장관 두 명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 유권자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지율 상승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정책적 실패 혹은 실수를 과감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표를 수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책임지는 모습을 통해 부동산이나 주식 등으로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받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을 ‘위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번 개각에서 경제 라인을 바꾼 이유에 대해, 청와대는 정책 실패에 대한 문책보다는 집권 2년 차 정책 집행력을 높이기 위한 개편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이런 입장을 책임지는 모습으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만일 청와대나 정부, 그리고 여당이 개각과 인적 쇄신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면, 오히려 이번에 지명된 장관들에게 최대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장관들 각자가 책임지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하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정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존의 국정 운영 방식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 것보다는 다소 나은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다.

개각 정국에서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인적 쇄신을 통해 지지율 상승을 꾀하려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장관 후보자 중 단 한 명이라도 여론과 언론이 제기하는 각종 의혹에 휩싸일 경우, 개각이 정권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특정 장관 후보자에 대해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보면, 청문회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이 대목도 매우 중요하다. 만일 지금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세라면 장관 후보자 한두 명을 둘러싼 의혹이 쏟아져도 그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할 여지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지지율이 하락세인 상황에서 한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할 정도의 의혹이 쏟아진다면 정권에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권이 생각해야 할 부분은 정치가 인식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정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단순한 인적 쇄신 정도로 바뀔 수준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이 정권에 대해 갖는 부정적 인식의 상당 부분은 ‘자신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돼 있다. 부동산 문제, 대출 제한 문제, 그리고 안보 관련 문제가 그런 우려를 자아내는 원인이다. 국민들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한, 계몽이나 보여주기식 인적 개편만으로는 국면을 전환하기 어렵다. 국면 전환을 위해서는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상황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때로 용기가 필요하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