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 AI 혁명 시대, 언론의 저자성과 공론 형성

이춘구 언론인
[이춘구 언론인]
 
 
AI(인공지능) 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일상적인 언론보도에서부터 교육현장에 이르기까지 부적응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언론보도 흐름을 보면 AI 자료 활용이 보편화하면서 소위 ‘생각의 표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 교육 현장에서는 AI 활용 금지 지침을 어긴 학생들이 F 학점을 받은 일이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국가기술자격시험장에서는 AI 안경을 착용하거나 스마트폰을 활용했다는 사유 등으로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AI 혁명 시대 진입 단계에서 일반적으로 저자성(authorship)과 공론 형성 등 AI 활용을 규제하는 기준이 충분하지 않아 빚어지는 현상들이다.

언론학계의 경우 윤리규정 개정 등을 통해 AI 활용을 규제하고 있다. 6월 13일에 개정된 한국언론정보학회 윤리규정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 등은 저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윤리규정 제10조 (인공지능의 활용)은 본고의 논의에 참고가 될 만하다. 제①항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및 이에 준하는 보조 도구는 연구에 관한 책임과 권한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저자로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저자성을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②항은 “인공지능의 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논문의 학술적 타당성과 연구윤리의 준수에 관한 모든 책임은 인간 저자에게 귀속된다.”고 규정한다. 제③항은 “인공지능은 연구자의 전문성과 학술적 판단을 대체할 수 없으며, 이를 보완하는 보조적 수단으로서만 활용되어야 한다.” AI의 보조성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제④항은 AI의 영향에 대한 공개 여부를 규정하고 있다. 즉 “인공지능의 활용이 논문의 내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문헌 분석, 데이터 해석 등), 저자는 그 사실을 원고 내에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원고의 내용에 본질적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기술적 보조에 한하여 (문법 교정, 문체 개선 등) 그 공개를 생략할 수 있다.” 제⑤항은 “인공지능의 활용 사실을 공개할 때에는, 연구의 재현 가능성과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의 모델명, 그 활용의 범위와 방법, 그리고 산출물에 대한 저자의 검증 과정이 함께 기술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AI가 도구로서 보조적 기능에 한정되지만 AI 활용 사실에 대해서는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AI 시대는 데이터센터에 축적된 막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신속한 확산을 가능하게 한다. 사용자는 파편으로 흩어져 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한 눈으로 볼 수 있어서 AI 활용 빈도를 높여나간다. 또한 사용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AI의 유용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인간이 인터넷이나 서적 또는 언론 등 전통적인 지식 네트워크에 올리지 않은 자료에 대해서는 접근이 어렵다. 더욱이 사용자들의 생각의 표준화를 초래하고 공론의 형성에 경향성을 유도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공론의 형성에 기여하는 AI 발전
민주주의·언론 발전에도 큰 도움
 
그럼에도 AI는 언론의 취재영역 등을 넓히거나 공론의 형성에 기여하며 민주주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민주주의의 인프라인 언론의 보도과정을 살피면 기획, 취재, 자료 정리 및 해석, 기사 작성, 보도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작성자나 보도기관의 철학과 가치관 등이 투영될 수 있다. 특별히 AI의 도움을 받거나 활용하게 될 수 있다. AI 데이터는 취재 기획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며, 취재 중에도 계속 심의 평가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원활한 데이터 공급이 이어진다면 언론기관은 취재 보도의 사실성, 객관성, 합법성, 공정성, 유용성, 확산성 등 검증 측면에서 평가하고 환류하며, 공론의 장을 넓혀나갈 수 있다. 여기서 다양한 의견들이 공론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과 AI 역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역할이 바람직할 것이다. 문제의식은 인간이 세운다. AI는 논리의 빈틈을 점검한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인간이 진다. 공감과 철학은 인간의 언어로 완성한다. 앞으로 AI가 더욱 발전하면, 오히려 그때는 누가 썼는가보다 왜 썼는가, 무엇을 위해 썼는가, 얼마나 책임 있게 썼는가가 글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험적으로 “인간의 절실한 표현이 공론을 형성한다.” AI는 논리의 일관성, 정보의 정리, 다양한 관점의 제시에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절실함은 AI의 계산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온 시간과 경험에서 나온다.
 
AI 혁명 시대의 5대 공론주권
저자성과 공론 형성은 긴장관계
 
여기서 'AI 혁명 시대의 공론주권(Public Deliberative Sovereignty)'을 다음 다섯 가지로 정립할 수 있다. 첫째 저자성(Authorship)이다. 글의 진정한 저자는 누구인가? AI의 기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둘째 책임성(Accountability)이다. 오류나 편향이 발생했을 때 최종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셋째 공론성(Public Deliberation)이다. AI가 공론장을 풍부하게 하는가, 아니면 획일화하는가? 넷째 창의성(Creativity)이다. AI는 창의성을 증폭시키는가, 평균화하는가? 다섯째 민주성(Democracy)이다. AI는 시민의 숙의를 돕는가, 아니면 시민의 사고를 대체하는가?

언론의 저자성과 공론의 형성은 긴장관계를 지속할 것이다. 그러면 누가 언론의 저자성을 판가름하고 공론의 형성을 보장할 것인가? 기본적으로는 헌법과 실정법에 따른 규제가 작동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첨단기술의 영역인 AI의 바람직한 활용을 지향하는 인간정신의 정립이 규제의 근간을 이룰 것이다. 사상의 자유시장(the marketplace of ideas)에서 진리와 거짓이 다투게 한다면 언제나 진리가 거짓을 이길 것이다. 인간으로서 가치를 실현하고, 진리에 도달하고자 하며,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자동안전장치로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론의 장이 보장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언론인과 언론기관 등의 자율적인 조정 노력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언론 관련 법제를 AI 시대 관점에서 살펴보고 정비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AI 개발자들도 인간 존중의 관점에서 AI 혁명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춘구 필자 주요 약력

△전 KBS 보도본부 기자△국민연금공단 감사△전 한국감사협회 부회장△전 한러대화(KRD) 언론사회분과위원회 위원△전 전라북도국제교류센터 전문 자문위원△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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