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대표팀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세안 현대컵 2026 결승 2차전에서 태국과 2-2로 비겼다. 앞서 21일 태국 원정으로 치른 1차전에서 2-0으로 이긴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 4-2로 우승을 확정했다.
김상식, 베트남의 '첫 2연패'를 이루다
김 감독은 베트남 축구가 반복해서 놓쳤던 '2연패'의 벽을 넘어선 첫 사령탑이 됐다. 베트남은 2008년과 2018년 지역 정상에 올랐으나 그 다음 대회에서는 우승을 지키지 못했다. 2008년 우승 이후에는 준결승에서 탈락했고 박 감독이 이끌던 2018년 우승 세대도 2020년 대회에서 태국에 패해 연속 우승을 놓쳤다. 그러나 김 감독은 2024년 아세안 컵 우승에 이어 2026년 대회까지 제패하며 베트남 대표팀을 두 대회 연속 동남아 정상으로 이끌었다. 여기에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동남아 U23 챔피언십 우승까지 더해 베트남 축구에서 지역 대회 4개 타이틀을 품었다.
다만 우승까지 가는 길이 매 순간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 경기에서는 흐름이 느슨해졌고 상대에게 기회를 내주며 불필요한 추격전으로 끌려갈 수 있는 장면도 있었다. 그러나 베트남은 흔들리는 구간을 버텼고 필요한 순간에는 개인 능력과 경기 운영으로 위기를 넘기며 결과를 가져왔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를 6승 2무, 21득점 3실점으로 마쳤다. 이러한 결과는 긴 준비 과정과도 맞물려 있었다. 베트남 대표팀은 6월 중순부터 소집돼 결승까지 약 두 달 가까이 대회를 준비했다. 한국 전지훈련과 K리그 클럽들과의 평가전을 거쳤고 마지막 평가전에서는 미얀마를 4-0으로 꺾으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결승 상대였던 태국과 비교하면 준비의 차이는 더 두드러졌다. 태국은 대회 전 6월 국제축구연맹 매치 기간에 정예 멤버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 것이 마지막 실전 점검이었다. 반면 베트남은 경험 많은 선수들과 성장세에 있는 젊은 선수들을 함께 묶었고 호앙 헨, 응우옌 따이 록, 패트릭 레장 같은 자원까지 더해 선수층을 넓혔다.
김 감독의 성과는 곧 박항서 감독의 이름을 다시 소환했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베트남 축구의 도약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2018년 U23 아시아선수권 준우승, 2018년 아시안게임 4위, 2018년 아세안축구연맹컵 우승, 2019년과 2021년 동남아시안게임 2연속 금메달, 2022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3차 예선) 사상 첫 진출 등으로 베트남 축구의 기준을 바꾼 바 있다.
인도네시아 매체들도 두 한국인 감독의 성과를 나란히 비교했다. CNN 인도네시아는 "김상식 감독은 3년 동안 4개의 타이틀을 따내며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또 "그가 베트남 대표팀의 동남아 축구선수권 2연패를 이끈 첫 번째 인물이 됐다"며 "김상식 감독이 박항서 감독의 기록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두 감독의 존재감은 경기장 밖에서도 조명됐다. 지난 4월 22일 하노이에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부인 응오 프엉 리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를 위한 만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 감독과 박 감독도 참석했다. 당시 현지 매체들은 두 사람이 베트남 축구에 남긴 공헌 때문에 초청받았다고 전했고 베트남과 한국 관계를 잇는 가교로 소개했다.
당시 박 감독도 양국 관계의 의미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국빈 만찬에 초청받아 참석하게 된 것은 참으로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2년 양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이후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가 계속 강하게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항서, 베트남 황금기 연 주역에서 태국 무대 새 도전자로
현재 박 감독은 베트남을 떠나 태국 무대에서 새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태국 진출에 앞서 2025~2026시즌 종료 때까지 박닌FC 고문으로 활동했고, 지난 6월 12일 박닌FC의 V리그 승격을 지켜본 뒤 칸차나부리파워FC(Kanchanaburi Power FC)에 공식 합류했다. 박 감독은 2026~2027시즌 태국 2부리그에서 칸차나부리파워FC를 이끌며 1부리그 승격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팀은 직전 시즌 태국 1부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강등된 뒤 새 시즌 곧바로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축구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인 지도자가 이제는 태국 축구에서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박 감독은 지난 29일 태국 현지 구단 행사에서도 베트남의 아세안 현대컵 우승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다만 그는 "답할 수 있다면 답하겠다"며 즉답을 피했고, 결승전을 봤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봤다고 답했지만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미소만 지은 채 말을 아꼈다. 이를 두고 태국 매체 타이라트(Thairath)는 "박항서 감독의 반응은 그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베트남과 현재 몸담은 태국을 모두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편 베트남 축구의 최근 흐름은 두 명의 한국인 감독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박 감독이 베트남을 동남아 강호의 위치로 끌어올렸다면 김 감독은 그 기반 위에서 2연속 우승과 4관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베트남 축구에서 한국인 감독의 이름은 이제 한 시대의 성공을 넘어 양국을 잇는 상징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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