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재판 참관기 2] 848m 장복터널에서 네 차례 통화가 가능했을까

  • 명태균 "터널 지나며 오 시장 전화 네 번"…통화 시각 놓고 법정 공방

  • 여론조사 준비는 그보다 앞서 시작된 정황…의뢰 주장의 시간적 선후관계 따져야

김두일 선임기자
김두일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을 지켜본 뒤 한 통의 카톡 제보를 받았다. 진해 도시계획 업무를 맡아 장복터널 일대를 잘 안다는 제보자는 법정에서 나온 명태균씨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명씨는 2021년 1월 22일 창원시 진해구 장복터널을 지날 무렵 오 시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고 여론조사를 의뢰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명씨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오 시장에게서 네 차례가량 전화가 왔고, 그 과정에서 여론조사 실시 문제가 논의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보자는 "장복터널은 진입하면 반대편 출구가 보일 정도로 짧은 터널"이라며 "그 짧은 구간을 통과하는 동안 네 차례나 전화를 받고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장복터널의 길이는 약 848m다. 이는 시속 60㎞로 달리면 약 50초 가량 걸리는 거리다. 정체가 없었다면 한 차례 통화를 마치고 다시 전화가 걸려오는 과정을 네 차례 반복하기에는 상당히 짧은 시간이다.
 
물론 명씨가 말한 '장복터널을 지날 때'가 터널 내부만을 정확하게 가리키는지, 터널 진입 전후의 도로 구간까지 포함한 표현인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재중 전화나 연결되지 않은 통화까지 네 차례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터널 길이만으로 명씨 진술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장소에 관한 기억의 오차로 끝나지 않는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명씨 진술에서 장복터널 통화는 사건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언제, 어디에서, 몇 차례 통화했고 그 결과 누구에게 어떤 지시가 전달됐는지는 의뢰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시간표다.
 
28일 법정에서도 바로 이 시간표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특검 측은 명씨가 오 시장과 통화했다고 주장한 시각보다 앞선 오후 2시20∼30분 무렵 이미 강혜경씨가 서울시장 여론조사 설문 준비와 관련된 메시지를 작성한 정황을 제시했다.
 
오 시장의 전화가 여론조사 준비를 촉발했다면 통화가 설문 준비보다 앞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명씨가 기억한 통화 시각이 오후 3시30분 이후라면 이미 준비가 시작된 뒤가 된다. 시간의 선후가 맞지 않는 셈이다.
 
특검 측도 이 문제를 의식한 듯 반대신문에서 명씨에게 "오후 2시 이전에 오 시장으로부터 의뢰받았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명씨는 출퇴근 시간에는 장복터널 부근이 밀리지만 당시에는 밀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5년여 전 일이어서 한두 시간의 차이를 어떻게 정확히 기억하겠느냐는 취지로 답했다.
 
이 답변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오래전 사건이므로 통화 시각에 다소 착오가 생겼다는 설명일 수 있다. 반대로 검사가 제시한 객관적인 메시지 시각과 맞지 않자 당초 진술의 시간을 앞당길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주목되는 점은 명씨 진술에서 시간과 장소가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터널을 통과하면서 네 차례 통화했다는 설명은 848m라는 실제 길이와 선뜻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오후 3시30분 전후라는 기억도 오후 2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설문 준비 정황과 충돌한다.
 
더욱이 명씨는 통화 시각에 관해 오후 3시30분경 또는 오후 4∼5시 사이였다는 취지로 진술해 왔지만, 특검 측 반대신문에서는 오후 2시 이전일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처럼 핵심 통화의 시각이 앞뒤로 크게 움직인다면 재판부로서는 명씨의 기억이 어디까지 믿을 만한지 더욱 엄격하게 살펴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여론조사 준비가 먼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오 시장과 전혀 무관한 조사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른 경로를 통한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명씨가 통화 시각만 잘못 기억한 것인지, 애초부터 명씨 측이 독자적으로 준비하던 조사였는지를 통화기록과 메시지 원본으로 가려야 한다.
 
가장 확실한 검증 방법은 어렵지 않다. 2021년 1월 22일 오 시장과 명씨 사이의 발신·수신 시각, 통화별 연결 시간, 당시 명씨의 이동 동선, 강혜경씨가 설문지를 처음 작성·전송한 시각을 분 단위로 나란히 놓으면 된다. 네 차례 전화가 실제로 연결됐는지, 각각 몇 초 또는 몇 분간 이어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문제를 증인의 오래된 기억에만 맡길 이유는 없다. 제보자의 의문은 사소해 보이지만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서를 던졌다. 848m의 짧은 터널은 말이 없지만, 통화기록과 이동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해야 할 것은 명씨의 말투나 자신감이 아니다.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가 실제로 있었는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시간표가 객관적 기록과 일치하는지다. 장복터널에서 걸려왔다는 네 차례 전화의 실체가 확인된다면 명씨 진술은 힘을 얻을 것이다. 반대로 시간과 장소가 맞지 않는다면 1심 유죄 판단을 떠받친 핵심 진술에도 또 하나의 균열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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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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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널 지나는동안 오시장이 울면서 4번이나 전화했다고 명태균이 주장했으니 부재중 통화는 없다는 것이고, 그날 해당 차량을 운전하며 옆자리에 있었던 김태열 대표는 오시장과 전화통화하는 걸 들은적 없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1심에서는 배척된거죠. 특검 입맛에 맞는 주장만 선별 추정, 딸랑이 판사는 양심과 정의를 향후 출세와 바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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