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A씨와 B씨는 지난달 1일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A씨는 'KODEX 미국S&P500(H)', B씨는 'KODEX 미국S&P500'을 각각 선택했다. 똑같은 자산을 기초로 한 투자상품이지만 두 사람 수익률은 엇갈렷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A씨 누적 수익률은 +2.46%인 반면 B씨 수익률은 -8.69%였다. 수익률 차이를 만든 건 '(H)'였다. 위험회피를 뜻하는 '헤지(hedge)'다. 8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환노출형 상품에 투자한 B씨 수익률이 하락한 것이다.
이달 들어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ETF 등 수익률이 환헤지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가파르게 하락한 여파다. 같은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ETF라도 환율 변동에 따라 실제 투자자가 받아드는 투자 성적표가 확연히 달라지는 추세다.
2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은 1384.8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초 156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가다 이달 19일 1300원대까지 내려왔다. 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기록한 건 약 11개월 만이다.
환헤지형과 환노출형의 구분은 상품명만 보면 알 수 있다. ETF 상품명 뒤에 붙는 (H)는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인 환헤지형 상품이라는 의미다. 선물환이나 통화선물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일정 부분 상쇄하도록 설계됐다. 반면 (H)가 붙지 않은 환노출형 ETF는 투자 대상인 해외 자산 가격뿐 아니라 환율 움직임까지 수익률에 함께 반영된다.
[사진=아주경제]헤지 여부는 수익률로 직결된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미국 주식과 채권 등 달러로 표시된 해외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는 낮아진다. 이에 따라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 ETF는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더라도 원화 기준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해외 지수 추종형 ETF가 대표적이다 .'KODEX 미국S&P500(H)'와 'KODEX 미국S&P500' 처럼 같은 기초자산 투자상품인데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11.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채권형 상품에서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뚜렷했다. 지난 7월 이후 'ACE 미국10년국채액티브(H)'는 2.20% 하락한 반면 환노출형인 'ACE 미국10년국채액티브'는 12.61% 떨어졌다. 두 상품의 수익률 격차는 10.41%포인트에 달했다.
배당주 ETF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환헤지형인 'SOL 미국배당다우존스(H)'는 같은 기간 9.53% 상승한 반면 환노출형인 'SOL 미국배당다우존스'는 2.08% 하락했다. 두 상품의 수익률 격차는 11.61%포인트에 달했다.
환헤지형 상품은 환율 변동 영향을 줄이는 만큼 원화 강세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선물환이나 통화선물 등을 통해 향후 적용받을 환율을 일정 부분 고정해두기 때문애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방어할 수 있다.
반대로 원화 약세 국면에서는 환노출형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환노출형은 기초자산 가격 상승에 더해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수익률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달러 가치가 함께 상승하면 환차익이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일부 상쇄할 수도 있다.
환헤지형 상품을 선택할 때는 환헤지에 들어가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환헤지 ETF는 선물환이나 통화선물 등을 활용해 미래에 적용받을 환율을 일정 수준 고정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비용에 반영된다. 특히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황에서는 달러를 원화로 헤지하는 과정에서 금리 차이만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면 환헤지형이 환차손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장기 투자자라면 환율 상승 가능성과 헤지 비용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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