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연구팀이 반응성이 지나치게 높아 제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아라인(aryne) 반응'의 위치선택성을 조절해, 포도·와인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 레스베라트롤에서 유래한 복잡한 천연물의 전합성에 성공했다.
부산대는 제약학과 윤화영 교수 연구팀이 레스베라트롤 유래 천연물인 라에테비레놀 A(laetevirenol A)와 아이소암펠롭신 D(isoampelopsin D)의 전합성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전합성은 기초적인 출발물질에서 시작해 일련의 화학반응만으로 복잡한 천연물을 완전히 만들어내는 연구를 말한다.
아라인 반응은 방향족 고리에서 인접한 두 탄소 사이 결합이 매우 높은 반응성을 갖는 중간체를 만들어 새로운 결합을 형성하는 유기화학 반응이다. 반응성이 큰 만큼 원하는 위치에서 결합이 일어나도록 제어하기가 까다롭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레스베라트롤 유래 천연물은 구조가 다양하고 의약학적 활용 가능성이 높아 주목받아 왔지만, 구조가 복잡해 원하는 형태로 합성하거나 다양한 유도체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특히 라에테비레놀 A는 벤젠고리 3개가 꺾인 형태로 이어진 페난트렌(phenanthrene) 골격을 지닌 레스베라트롤 이합체로, 합성 난도가 높은 천연물로 꼽힌다.
연구팀은 여러 치환기를 가진 아라인의 반응성을 비교해, 특정 할로겐 치환 아라인을 쓰면 원하는 위치의 생성물을 우세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페난트렌 골격을 구축해 상용 출발물질로부터 총 9단계에 걸쳐 라에테비레놀 A의 전합성을 완성했다. 아이소암펠롭신 D는 분자 간 아라인-엔(aryne-ene) 반응의 위치선택성을 조절해 목표 구조를 합성했다.
연구는 부산대 윤화영 교수가 교신저자, 응웬후롱 연구원이 제1저자로 수행했으며 충남대 이석우 교수, 부경대 김연준 교수, 부산대 정기웅 교수 연구팀이 공동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충남대·부경대 연구팀은 계산화학적 분석을 맡아 위치선택성이 조절되는 원인을 분석했다. 아라인에 도입된 치환기에 따라 반응 경로와 전이상태의 안정성이 달라지고, 이 차이가 최종 생성물의 위치선택성을 좌우한다는 것.
전이상태에서 발생하는 분자 구조의 왜곡 에너지와 분자 간 상호작용이 주요 변수로 확인됐다.
부산대 정기웅 교수팀은 이번 전합성 과정에서 확보한 유도체들을 대상으로 생리활성을 평가한 결과, 대부분의 합성 유도체에서 의미 있는 항산화 활성이 나타났으며 일부는 천연물 원형보다 높은 활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핵심 성과가 새로운 물질의 효능 입증보다는 '복잡한 화합물을 만들어내는 합성 기술의 진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윤화영 교수는 "항산화 데이터는 다양한 유도체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잠재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한 부가적인 결과"라며, "이번 논문의 주된 학술적 의의는 제어하기 까다로운 화학반응 방법론을 확립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물질의 항산화 효과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러한 유도체들을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 연구의 본질이라는 것.
이어 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높은 반응성을 지닌 아라인의 분자 간 반응에서 위치선택성을 규명하고 통제함으로써, 구조가 복잡한 천연물의 전합성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라고 강조하며, "이번에 개발된 방법론이 향후 아라인을 활용한 다양한 천연물 및 유도체의 합성 연구는 물론, 새로운 의약학적 용도를 탐색하는 데 중요한 기반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의 연구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 8월 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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