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도 흙덩이도 '멋대로'…여든셋 거장 이강소가 본 신비

  • 21일부터 롯데뮤지엄서 이강소 개인전

  • 반세기 실험미술 150여점 한자리에

  • "붓 놀릴 때 신비"

Installation view Lee Kang So Emergence and Dissolution LOTTE Museum of Art Seoul 2026 Photo  Chanoo Park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Installation view, Lee Kang So Emergence and Dissolution, LOTTE Museum of Art, Seoul, 2026. Photo Chanoo Park.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기분이 좋을 때, 상당히 좋을 때 붓을 놀리면 예상치 못한 게 나오죠. 그럴 때 신비를 느껴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강소(83)는 기분이 좋은 날이면 붓을 잡는다. 붓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길이 11m에 달하는 대작을 "겁도 없이" 몇 장씩 그려낸다. 의도한 게 아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붓이 멋대로" 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오는 21일 서울 롯데뮤지엄에서 개막하는 개인전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하루 앞둔 20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강소는 여러 차례 '신비'란 단어를 꺼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신비로워요."
 
Copyright by Lee Kang So Photo by Chanoo Park Courtesy of Lee Kang So Zagupsiljpg
Copyright by Lee Kang So, Photo by Chanoo Park, Courtesy of Lee Kang So Zagupsil.

이번 전시는 반세기 넘게 회화와 조각, 설치를 넘나들며 실험해온 이강소의 작품 15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주요 작업부터 최초 공개하는 신작까지 그의 작업 세계를 두루 펼쳐 보인다.  

이강소는 존재에 천착해왔다. '사물이 실제로 존재하는가'란 질문을 붙잡았다. 그에게 고정된 것은 없다. "이 세상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없다. 대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그의 말처럼, 존재는 보는 사람에 따라, 생물의 종에 따라, 또 시간과 장소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진다. 의도가 아닌, 순간적인 붓질과 몸의 움직임, 우연과 즉흥에 맡겨 '일어나고 사라지는' 작품을 만들어온 이유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대표 회화 시리즈 ‘청명’을 기반으로 한 LED 신작을 비롯해 ‘청명’, ‘무제’, ‘섬에서’ 등 주요 대형 연작 11점이 걸렸다. 또 ‘여백’, ‘무제-75031’, ‘팔진도’ 등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도 볼 수 있다. 
 
Installation view Lee Kang So Emergence and Dissolution LOTTE Museum of Art Seoul 2026 Photo  Chanoo Park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Installation view, Lee Kang So Emergence and Dissolution, LOTTE Museum of Art, Seoul, 2026. Photo Chanoo Park.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전시장 한켠에는 1973년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소멸'을 재현했다. 당시 서른 살이던 이강소는 명동화랑에 실제 선술집의 탁자와 의자, 술잔 등을 들여놓고 일주일 동안 주막을 운영했다. 사람들이 들어와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 떠나는, 시간과 관계의 과정을 작품으로 확장했다.

'소멸'을 바라보던 이강소는 '실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던 젊은 날을 떠올렸다. 서른 살 무렵 어느 날 선배와 점심을 먹다가 문득 '선배도 나도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물이 우리가 보는 모습 그대로 존재하는지 의심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Lee Kang So Disappearance 1973 Tables chairs display casestanding boards makgeolli Dimensions variable
Lee Kang So. Disappearance, 1973, Tables, chairs, display case,standing boards, makgeolli, Dimensions variable


반세기 넘게 그 질문을 붙잡아온 그는 요즘은 '안 하던 짓'을 통해 신비를 좇고 있다. 어린아이가 흙 장난으로 우연히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어내듯, 경주와 산청에서 사온 흙에 구운 모래 등을 섞어 만든 흙덩어리를 공중에서 바닥으로 던진다. 던지는 순간의 마음가짐과 몸짓, 중력, 흙의 상태가 만나 의도하지 않은 형태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완성한 '던지기 조각' 30여점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
 
 Lee Kang So Disappearance 1973 Tables chairs display casestanding boards makgeolli Dimensions variablejpg
Lee Kang So. Disappearance, 1973, Tables, chairs, display case,standing boards, makgeolli, Dimensions variable.

여든 셋의 거장은 웃으며 말했다. 

"덩어리가 변하는 게, 혼자서 조각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안 하던 짓을 하니, 재미있더라고요." 

전시는 롯데뮤지엄에서. 성인 관람료 2만원, 청소년·어린이는 1만3000원이다.
 
Installation view Lee Kang So Emergence and Dissolution LOTTE Museum of Art Seoul 2026 Photo  Chanoo Park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Installation view, Lee Kang So Emergence and Dissolution, LOTTE Museum of Art, Seoul, 2026. Photo Chanoo Park. Courtesy of LOTTE Museum of Art,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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