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를 앞세워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의 문을 열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사업보국(事業報國)' 경영 철학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K9이 미국의 선택까지 받으며 향후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미 육군과 '기동 전술포(MTC)' 프로그램 시제품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며 K9 차륜형 자주포(K9MH) 시제품 6문을 공급하게 됐다. 한화가 차륜형 자주포로 글로벌 시장 진입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산 무기체계로 미국과 계약을 체결한 것도 최초 사례다.
이번 수주 배경에는 한화가 장기간 이어온 방산 육성 전략이 자리한다. 특히 김승연 회장이 강조해 온 사업보국 철학과 맞닿아 있다. 김 회장은 그간 "방산은 국가 기간 산업이며 내수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기술력과 경쟁력 강화를 주문해 왔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방산 사업의 미국 진출 전략을 구체화했다. 그는 미국의 새 자주포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판단하에 철저한 대비를 지시했다. 실제 2024년 3월 미 육군이 발표한 예산안에 차륜형 자주포 관련 사업이 포함됐는데, 같은 해 12월 한화는 K9MH 개발에 착수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제품 개발과 동시에 현지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을 3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자주포 공급망에도 투자해 미국 전투차량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미 육군의 장기 전력 현대화 파트너로 협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도 이번 수주를 따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화와 방위사업청은 이번 사업 초기부터 최종 수주까지 주요 현안 등을 수시로 공유하며 공동대응했다. 향후 K9MH의 안정적인 공급뿐 아니라 미국 방산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도 정부와 적극적인 협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K9이 해외에서 쌓은 운용 경험 역시 미국 시장 진입에 힘을 보탰다. K9은 유럽과 아시아, 호주 등 여러 지역에 수출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서도 운용하며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 시장 진입까지 더해지며 K9 추가 수출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군의 무기체계 선택은 동맹국과 우방국의 도입 검토 과정에서도 중요한 참고 사례로 활용된다. 그만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한화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방산 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 실적이 하나 더 쌓일수록 다른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레퍼런스가 된다"며 "특히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은 다른 국가의 추가 수주 가능성을 넓히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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