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어워즈 출품 거부를 두고 해외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으로 불려온 그래미의 영향력을 BTS의 소셜미디어 파급력과 비교하는 평가까지 나왔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그래미가 신설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매체는 해당 부문이 아시아 음악을 조명하기보다 별도의 지역적 범주에 가두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특히 르피가로와 인터뷰한 그레이스 카오 미국 예일대 사회학 교수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카오는 BTS가 그래미보다 훨씬 많은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며 정국의 반려견조차 그래미 시상식보다 인기가 많다고 꼬집었다. 카오는 미국사회학회 부회장을 지낸 사회학자로, 인종과 민족, 이민 등을 연구하고 있다.
19일 기준 정국의 반려견 '밤'을 위한 계정 'bowwow_bam'은 팔로워가 800만명을 넘어선 반면 그래미 공식 계정은 약 470만명이다. 정국의 반려견 계정 팔로워가 그래미 공식 계정보다 300만명 이상 많은 셈이다.
또 르피가로는 '아시안 팝'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서로 다른 국가와 음악을 묶는 방식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프랑스 문화부 소속 사회학자 실비 옥토브르는 유럽 각국의 음악을 단순히 '유럽 음악'으로 묶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 역시 그래미 측이 아시아 팝을 '새로운 장르'처럼 설명한 점을 지적했다. 아시아와 라틴 팝 시장은 이미 수십년간 성장해 미국에서도 대규모 시장과 청중을 확보하고 있다며 BTS의 출품 거부를 새 부문에 대한 강한 비판으로 평가했다.
BTS는 지난달 29일 멤버 7명 전원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2027년 그래미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멤버들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에 따라 나뉘기보다 그 자체로 듣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가 지난 6월 K팝·J팝·C팝 등을 대상으로 하는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한 뒤 나온 결정이다.
이에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BTS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새 부문은 아시아 음악을 분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아티스트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해명했다. 아시안 팝 부문에 출품하더라도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주요 부문에 동시에 출품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레코딩 아카데미는 최근 K팝·J팝·C팝·인도 음악계 관계자들과 새 부문을 둘러싼 의견을 나누고 있으며, 이사회와 시상·후보 관련 위원회도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TS는 지금까지 그래미에서 다섯 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한 적은 없다. 이번 출품 거부는 BTS가 그래미 참여 자체를 거부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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