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그룹(SBG)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위해 1조엔(약 9원)의 개인투자자 대상 회사채를 발행한다. 일본 기업이 개인을 대상으로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사상 최대다. 세계적인 AI 투자 경쟁으로 자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이 기관투자가 뿐만 아니라 개인 자금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SBG는 7년 만기의 개인용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발행액은 1조엔(약 9조 원)에 이를 전망이며, 금리 등 구체적인 조건은 9월 초 결정될 예정이다. SBG의 올해 개인용 회사채 발행은 4월과 6월에 이어 세 번째다.
1조엔은 일본 개인용 회사채 시장에서 전례 없는 규모다. 1회 기준 종전 최대는 SBG가 지난해 발행한 6000억엔이다. 기관투자가용 회사채까지 포함해도 2020년 12월 NTT의 금융자회사인 NTT파이낸스가 발행한 1조엔과 같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조달한 자금은 기존 회사채 상환과 AI 투자에 쓰일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AI가 로봇을 스스로 제어하는 이른바 '피지컬 AI' 분야의 인수·합병(M&A)에 조달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SBG는 스위스 전력·자동화 기업 ABB의 로봇사업 부문을 54억 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다. 미국 오픈AI 추가 출자를 위해 일본과 미국 금융기관에서 빌린 브리지론을 상환하는 데도 자금이 쓰일 수 있다.
SBG가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데는 재무 여건 개선이 한몫했다. 투자회사인 SBG의 신용도를 가늠하는 잣대는 보유주식 가치 대비 순부채 비율인 LTV다. LTV가 낮을수록 보유 자산에 비해 부채 부담이 작다는 의미다. SBG의 LTV는 지난 6월 말 기준 13%로, 3월 말보다 4%포인트 낮아졌다. 자회사인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주가 상승으로 보유 지분 가치가 커져 부채를 더 늘릴 여력이 생긴 셈이다. S&P글로벌레이팅은 SBG의 신용등급을 'BB+'로 매기고 있으며, 지난달 Arm 주가 상승 등에 따른 재무 여건 개선을 반영해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올렸다.
다만 재무 여건이 개선된 것과 별개로, 자금 조달에 따른 부담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7년 만기 회사채 금리가 연 4%대 후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BG가 지난해 발행한 개인용 7년물 금리는 연 3.98%, 2024년 12월 발행분은 연 3.15%였다.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는 것은 SBG만의 일이 아니다. AI 투자 확대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세계 채권시장의 자금 수요 자체가 커지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대규모 회사채를 잇달아 발행하고 있다. 각국 정부도 방위비 확대와 감세 등으로 국채 발행 수요를 늘리면서 채권시장에서 투자자 자금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운 금리 상승은 반대로 개인용 회사채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국채 수익률이 오르자 개인용 회사채 금리도 함께 뛰었다. 주식의 가격 변동을 부담스러워하는 개인에게는 정기적으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회사채가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고물가와 금리 상승이 겹치며 일본 개인들의 투자 의욕이 살아났고, 기업들도 이 자금을 노리고 있다.
개인용 회사채는 최저 구입 단위가 10만~100만엔(약 90만~900만 원)으로 잘게 쪼개져 있다. 최저 1억엔부터인 기관투자가용과 다른 점이다. 8월 조건이 정해진 일본 유통 대기업 이온(AEON) 회사채는 100만엔, 7월 발행된 SBI홀딩스 회사채는 10만엔부터 살 수 있다. 기업들은 소액으로 살 수 있다는 점에 더해 주주 우대와 비슷한 특전을 붙이는 등 개인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기관투자가의 매수세가 약해진 것과 달리 개인용 회사채 발행은 오히려 늘고 있다. 개인투자자 대상 회사채의 올해 발행액은 이번 SBG 발행분을 포함해 2조8000억 엔으로 지난해 연간 발행액을 넘어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팔 수 있는 개인용 회사채 물량에는 한계가 있어 발행하려는 기업들이 밀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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