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지키겠다는 오세훈…세계 경쟁도시는 '생활권 녹지'를 어떻게 확보했나

서울 용산공원의 넓은 잔디밭과 녹지공간이다 정부가 이 일대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도심 주택난 해소책과 서울시의 미래세대의 녹지 보존책을 두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용산공원의 넓은 잔디밭과 녹지공간이다. 정부가 이 일대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도심 주택난 해소책과 서울시의 미래세대의 녹지 보존책을 두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용산공원 주택 건설에 반대한다는 뜻을 이재명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오 시장은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면 재개발·재건축을 가로막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용적률, 임대주택 비율 등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면 민간이 선호하는 지역에서 보다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 한복판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녹지인 용산공원을 택지로 활용하는 방안에는 오 시장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주택은 다른 곳에도 지을 수 있지만, 한 번 사라진 도심 녹지는 다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오 시장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강조한 수치는 서울의 '도보생활권 공원면적'이다. 서울은 북한산과 관악산 등 산지가 많아 전체 공원면적만 보면 녹지가 풍부한 도시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민이 집에서 걸어가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은 1인당 5.7㎡에 불과하다는 것이 오 시장의 설명이다.
 
세계 주요 도시의 공원 통계와 직접 비교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은 생활권에 포함된 공원의 면적을 주민 수로 나눈 수치를 주로 사용하는 반면, 미국과 영국은 집에서 10분 안에 공원까지 걸어갈 수 있는 주민의 비율을 핵심 지표로 삼는다. 계산 방식은 다르지만, 시민이 일상에서 녹지를 얼마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느냐를 측정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미국 워싱턴DC는 대표적인 공원 접근성 우수 도시다. 미국 공공토지신탁에 따르면 워싱턴DC 주민의 99%가 집에서 공원까지 10분 안에 걸어갈 수 있다. 도시 전체 면적의 21%가 공원과 레크리에이션 공간으로 사용된다. 미국 100대 도시의 평균적인 공원 도보 10분 접근률이 76%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워싱턴DC는 내셔널몰이나 록크리크공원 같은 대규모 녹지뿐 아니라 주거지 안에 소규모 공원과 광장, 놀이터를 고르게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뉴욕도 주민의 99%가 공원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거주한다. 뉴욕의 공원 경쟁력은 센트럴파크 하나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주거 밀도가 높은 지역에 작은 공원과 놀이터, 수변공원 등을 촘촘하게 조성한 결과다. 소득과 연령에 따른 접근률도 대부분 99% 안팎으로 나타난다.
 
런던은 도시 면적의 약 20%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녹지다. 런던시는 하이드파크와 리젠트파크 같은 대규모 공원을 도시의 상징이자 역사적 자산으로 보존하는 동시에, 모든 런던 시민이 집에서 10분 안에 녹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런던 역시 지역에 따라 녹지 접근성에 차이가 있지만, 개발 압력이 크다는 이유로 도심의 대규모 공원을 택지로 전환하는 방식은 선택하지 않고 있다.
 
파리는 서울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고밀도 도시다. 불로뉴 숲과 뱅센 숲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파리 도심의 1인당 공원·녹지 면적은 약 1.6㎡에 그친다. 두 숲을 포함하면 약 10㎡까지 높아진다. 같은 도시라도 대규모 외곽 숲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통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파리시는 1인당 녹지 10㎡를 목표로 약 300㏊의 녹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녹지가 부족하고 폭염 피해에 취약한 서민 주거지역을 우선 대상으로 삼았다.
 
이처럼 세계 주요 도시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공원의 총면적만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규모 상징공원을 보존하는 한편, 시민 누구나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공원을 주거지 곳곳에 확보해야 한다. 공원은 휴식 공간을 넘어 폭염과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집중호우 때 빗물을 흡수하는 도시 기반시설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용산공원은 일반적인 유휴 국유지와 성격이 다르다. 약 300만㎡에 이르는 용산공원은 남산과 한강을 연결할 수 있는 서울 도심의 핵심 녹지축이다. 일부가 주택으로 전환되면 단순히 해당 면적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 생태축과 경관의 연속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왜 용산공원을 포기하지 못하나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왜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계속 검토하는 것일까.
우선 '대통령이 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고집한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용산공원 문제에 대해 "서울시가 반대하면 협의부터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용산은 서울의 청년과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지역이라며 주택 공급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부가 용산공원을 후보지에서 쉽게 제외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 도심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용산공원은 국가가 소유한 대규모 부지여서 별도의 토지 매입비 없이 공공주택 사업을 검토할 수 있다. 직장과 교통시설이 밀집한 도심에 청년·신혼부부용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에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정치적 압박도 크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1만2251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의 2만9420가구보다 크게 감소했다. 정부로서는 집값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시장이 주목할 만한 대규모 공급 후보지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개발·재건축만으로 정부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정비사업은 조합 내부 갈등과 분담금, 이주·보상, 공사비 문제 때문에 실제 입주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국유지에 공공주택을 공급하면 분양·임대 가격과 대상 계층을 정책적으로 결정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용산공원이 단기적인 주택 공급 해법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주택을 건설하려면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을 개정해야 하고, 도시계획 변경과 토양오염 정화, 교통·학교 등 기반시설 확충도 필요하다.
 
서울시와 지역 주민의 강한 반대까지 고려하면 실제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검토하는 구역과 공급 물량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용산공원을 개발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의 수와 착공 시기, 녹지 훼손에 따른 기후·환경 비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서울시 역시 공원을 지키겠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용산공원 개발보다 더 많은 주택을 더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정과 물량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용산공원 논쟁은 '공원이냐 아파트냐'만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세대의 주거 불안과 미래세대의 환경 자산 가운데 어느 한쪽을 정치적 구호로 밀어붙여서도 안 된다.
 
세계 경쟁도시들이 수백 년 동안 도심의 대규모 공원을 지켜온 이유와, 서울 시민이 겪고 있는 절박한 주택난을 같은 저울 위에 올려놓고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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