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옛날 환인이 아들 환웅에게 인간 세상을 다스리게 하고, 환웅은 3천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왔고, 이곳이 신시(神市)다.”
이는 고려시대에 일연 스님이 쓴 한국판 창세기 <삼국유사> 고조선 편에 나오는 건국 신화 내용이다. 신단수가 최초 국가 상징나무이자 세계 많은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세계수’와 연결되는 대목이다. 세계수인 우주수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성한 나무로 해석하고 있다.
최초 국가 상징나무인 신단수는 어떤 수종일까?
단군 신화의 신단수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신성한 숲과 인간세계를 연결하는 코리아의 원형 세계수인 금강송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 신단수를 제사와 연결해 박달나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군 신화에 이어 신라 창업자 박혁거세 신화에서도 ‘나정의 소나무숲’이 중요한 신성 공간으로 등장한다. 금강송은 금수강산 전체 나무의 제왕이다.
최고 목재 금강송은 어떤 용도로 쓰였을까?
신라, 고려, 조선 시대로 이어지면서 주로 궁궐을 짓는 데 사용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문화재 건축의 중심 자재이다. 대표적으로 숭례문이다. 2008년 인간 방화 화재로 불탔고, 도편수 신응수 대목장이 복구를 맡았다. 복구공사를 진행한 이후 문화재 복구 작업에 사용할 “금강송 4주와 기증목 154본을 신응수가 횡령했다”고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발표했다. 공급받은 진짜 금강송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다른 소나무로 바꿔 쓴 것이다. 당시 금강송 4주 감정가가 ‘6000만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조선시대 궁궐을 짓는 금강송을 보호하기 위해 ‘봉산’ 제도를 도입해 양반이나 일반 백성은 사용할 수 없는 귀한 나무였다.
일제가 일본 황궁과 신사를 짓는 데 “수많은 ‘조선산 적송’(朝鮮産 赤松 : 붉은 나무)을 사용했다”고 일본 자료에 나온다. 또 금강송과 관련해 ‘억지 춘양’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일제는 금강송 군락지 봉화 춘양에 철길을 놓고 배로 나무를 본국으로 실어 날랐다. 직선으로 철길을 놓지 않고 억지로 춘양을 돌아가는 굽은 노선을 건설해 ‘억지로 했다’는 의미였다. 1930년대 우리 신문 칼럼에 ‘춘양의 특산은 목재’라는 표현도 나온다. 당시 춘양 금강송 제재소 인부만 약 300명이 넘었을 정도로 번창했다. 오늘날 “춘양에 조그마한 제재소 하나만 있다”고 현지 주민은 필자에게 말했다.
왜 해방 이후는 최고 목재 금강송을 활용하지 못했을까?
크게 3가지 원인에 기인하고 있다. 먼저 조선시대에 강력한 통제, 즉 금강송은 궁궐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그대로 계승되어온 것이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74년부터 본격적인 ‘치산녹화’가 시작되면서 산림규제, 벌채에 대한 단속이 더욱 강화되었다. 따라서 독일 등 선진국처럼 금강송을 활용한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어 아이러니하게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을 비판하면서도 그의 정책을 뒤따르는 환경단체들이 ‘산림 활용’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산림 통제가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산림최강국에서 ‘보호할 숲은 보호하되 적극적으로 산림을 활용’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우리는 역행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금강송이 3가지 차원에서 큰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초부터 약 2주간에 걸쳐 필자는 최고 금강송 군락지인 3곳, 경북 봉화 춘양 서벽, 울진 소광리, 그리고 강원 평창 대화 등을 찾았다. 현장에서 취재한 결과 금강송은 3가지 차원에서 위기에 처해 있었다. 먼저 금강송 벌기령(伐期齡·나무 베는 시기)이 차기 시작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은 수명이 있듯이, 금강송 역시 평균 수명이 100년으로 알려져 있다. 봉화 춘양, 울진 소광리, 평창 하안미리 등에 오래된 금강송이 바람에 쓰러지고 있었다. 사진과 영상으로 유명한 울진의 대왕소나무도 죽었다. 이어 지구온난화, 폭염으로 소나무를 죽이는 재선충병이 창궐해 북상하고 있다. 이미 울진 금강송 군락지 턱밑까지 침투한 현장을 확인했다.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평창 하안미리산에도 띄엄띄엄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를 볼 수 있었다. 또 '3 핫스폿'인 폭염, 가뭄, 산불 등에 강한 숲이 ‘혼합림’이라는 것이 독일 등 산림선진국에서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나이든 금강송을 베어내 경제적으로 활용하고 어린 나무를 심어 숲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병충해에 강하다. 따라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금강송에 새 패러다임을 수립할 때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바라만 보는 나무가 아닌 경제적으로 큰 부가가치’를 높이는 금강송 활용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다.
금강송이 얼마나 경제적 가치가 있을까?
국유림을 관리하는 산림청(청장 박은식)은 평창 하안미리 금강송 군락지에만 일제가 100년 전부터 식목한 12만5000그루가, 울진 소광리에 8만5000그루가 생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유림까지 포함해 전체 금강송 그루 수 및 경제적 가치를 조사한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인공지능(AI) 챗Gpt와 제미나이에 물었더니 “금강송은 국가 전략자산으로 목재 가치뿐 아니라 탄소 저장, 생태계 서비스, 문화재 보존 가치를 포함한 총 경제적 가치는 100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에서 매출액 100조원이 넘는 산업분야는 반도체·자동차·에너지 3분야,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 및 기아자동차 등 3곳뿐이다. 산림최강국이자 자동차최강국 독일에서 자동차산업과 산림산업을 견준다. 숲나무가 큰 국부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평가 기준과 가치 항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남한에 약 2000만 그루 이상 금강송이 자라고, 그루당 가치가 500만원에서 문화재 용도는 수천만원 호가로 추정한다. 자동차 한대 가격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공해를, 반면 금강송은 산소를 내뿜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순환경제의 보물이다. 또 금강송만큼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자원도 없다. 울진군 소광리 금강송 현장 팀장과 강성철 울진산림조합장은 “방치하지 말고 금강송을 국가 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가가치를 높여 송이와 함께 빚은 명주 ‘금강송주’를 생산하고 있다. 산림청 평창국유림관리소 이명규 소장은 “지속가능한 목재생산으로 전방산업에 원활하게 공급하는 순환경제 100년 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 32%가 산인 독일은 나무 생장량 95%까지 활용해 목재를 자급하고, 우리는 국토 63%가 산이지만 목재자급률이 17%에 불과해 목재수입에 약 10조원을 낭비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대기업 LX인터내셔널(구 LG상사)이 산림자원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경북 지역 산불 피해목과 재선충병 목재를 활용해 바이오매스 칩 사업에 뛰어든 LX 구혁서 대표는 “금강송에 관심이 높다”면서 “현장에 가고 싶다”고 필자에게 말했다.
금강송으로 당장 어떤 사업이 가능할까?
먼저 세종으로 이전하는 국회와 대통령실을 금강송으로 건축해 ‘글로벌 랜드마크’를 만드는 작업이다. 기후위기 극복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또 하이엔드 가구 제작에도 최고 자재다. 필자 아이디어로 경북 화재목을 지난해 10월 APEC 트럼프·시진핑 등 정상회의 가구로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또 외제를 수입하지 말고 고급 아파트 내장재로 활용해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학교 공공건물 내장재 및 가구로 사용해 학생들이 피톤치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신산림국부론’의 시작이다.
김택환
숲칼럼니스트·국가비전전략가·미래전환정책연구원 원장으로 문명을 공부하고 있다. 독일 본(Bonn)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중앙일보 기자, 대학 교수를 거쳤다. <넥스트 포레스트- 신산림국부론> 등 20권 이상을 저술한 작가이자 국회·삼성전자 등에서 400회 이상 특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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