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이 완화된 가운데 국내 증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등을 이어갈 전망이다. 코어위브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기업들의 호실적이 AI 수요에 대한 우려를 덜어준 데다 미국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에도 우호적인 투자심리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반도체로 수급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업종별 순환매가 이어질지 여부가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5만3770.27에 장을 마치며 전 거래일 대비 21.58포인트(-0.04%) 소폭 하락했지만 S&P500지수는 0.26%, 나스닥종합지수는 0.54% 상승하며 각각 7748.50, 2만6588.49에 장을 마쳤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도 0.61%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49% 상승했다.
미국 7월 CPI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헤드라인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전월 대비 0.1% 상승했고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5%, 전월 대비 0.2% 올랐다. CPI가 예상치를 웃돌지 않으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시장의 경계감이 다소 완화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 CPI는 최소한 연준의 9월 인상 리스크를 한층 더 완화시켜줬다는 점에서 증시 중립 이상의 재료"라고 평가했다. 실제 CPI 발표 이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이 발표 전 52%대에서 59%대로 상승했다.
다만 물가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드컵 특수 종료에 따른 숙박비 급락 등 일시적인 요인이 물가 안정에 영향을 미친 가운데 의료·항공료 등 일부 서비스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역시 중동 지정학적 위험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미국 반도체주의 강세다. 엔비디아가 3.03% 상승했고 마이크론은 4.92%, 샌디스크는 5.76% 올랐다.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는 9.01% 급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49% 상승하면서 국내 반도체주에도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진 점도 긍정적이다. 코어위브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과 강한 가이던스를 제시하면서 AI 투자가 단순한 기대를 넘어 실제 서버·클라우드 수요와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코어위브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각각 19.28%, 19.02% 급등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서버 수요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에 부합하면서 최근 조정을 보였던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주의 반등 여부가 중요하다. 특히 최근 AI 수요 피크아웃과 빅테크 자본적지출(CAPEX) 축소 우려로 조정을 받았던 반도체주에 미국발 훈풍이 이어질 경우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 매수세가 확산될지도 관심사다. 8월 들어 IT가전, 비철·목재, 건설, 기계, IT하드웨어 등 24개 업종이 코스피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반도체가 8월 들어 부진했던 것과 달리 일부 업종에서 이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향후 순환매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 수급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6월 48조3000억원에서 7월 9조9000억원으로 크게 줄었으며 8월 들어 12일까지는 4조5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CPI를 통해 금리 부담이 다소 완화된 만큼 외국인 수급이 추가로 개선될 경우 국내 증시의 상승 탄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동성 완화도 긍정적이다.전날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는 9% 급락해 56포인트대로 내려왔으며 8월 들어 VKOSPI가 약 33% 하락했다. 한 연구원은 "지금은 변동성 안정화 속 순환매 장세"라며 "외국인 순매수가 먼저 유입되고 있지만 아직 주가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자동차, 건강관리, 증권, 소매·유통 등의 업종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저녁 발표되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단기 변수로 남아 있다. CPI에서 일부 서비스 물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인 만큼 PPI 결과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물가와 금리에 대한 경계감이 재차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 반도체주의 강세와 AI 수요 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상승을 시도하는 가운데, PPI를 앞둔 경계감과 업종별 수급 변화에 따라 상승폭을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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