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하반기 인공지능(AI) 글라스 출시를 앞두고 사생활 침해와 부정행위 등 오남용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신 AI글라스가 일반 안경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면서 몰래 촬영이나 시험 부정행위 등 악용이 현실화되고 있어 안전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AI글라스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특허 가운데 약 10%가 프라이버시와 오남용 방지 관련 기술이다. 회사는 구글과 공동 개발 중인 안드로이드 XR(확장현실) 기반 AI글라스에 프라이버시 보호와 오남용 방지를 위한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촬영 사실을 알리는 흰색 발광다이오드(LED) 기능은 물론, 이를 얼굴에 정상적으로 착용됐는지 판단하는 '웨어 디텍션' 기능 등이 적용된다.
촬영·녹화 기능이 작동하면 외부 LED가 켜져 주변 사람도 촬영 여부를 알 수 있고, 내부 LED를 통해 착용자 역시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AI글라스를 벗어 옷 등에 걸거나 테이블에 놓는 등 정상적으로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카메라를 이용한 녹화 등이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
안전장치를 고의로 무력화하는 행위에도 대비했다. 촬영 사실을 알리는 LED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손으로 가리는 경우 기기가 차단 정도를 판단해 일정 수준 이상 가려지면 작동을 멈춘다. LED가 파손되거나 고의적인 조작이 감지된 경우에도 촬영 기능 등을 제한하도록 설계했다.
프라이버시와 오남용 방지 기술 전담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XR개발팀 내 관련 엔지니어들이 예상 가능한 악용 사례를 찾아내고 이를 설계 단계부터 차단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제품 개발 단계부터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것은 AI글라스가 기존 스마트 기기와 달리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카메라와 센서, 마이크에 생성형 AI가 결합된 AI글라스는 사용자가 바라보는 장면과 주변 정보를 자연스럽게 수집·분석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과 달리 외부에서는 촬영 여부를 즉각 알아차리기 어려워 기기가 대중화할수록 제3자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도 AI글라스 상용화를 앞두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최근 삼성전자 관계자들과 만나 AI글라스의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논의하고 제품 개발 단계부터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줄이는 '개인정보 보호 중심 설계(Privacy by Design·PbD)' 적용을 주문했다. 특히 착용자가 주변 영상을 촬영하거나 정보를 수집할 경우 상대방도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불빛이나 소리 등 별도의 고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I글라스를 시험 부정행위에 이용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전기산업기사·소방설비기사 시험에서 AI글라스를 착용한 응시자 3명이 적발된 데 이어 토익 정기시험에서도 응시자 2명이 잇따라 적발됐다. 교육부는 이에 시도교육청에 AI글라스를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에 포함하고 응시자의 부자연스러운 행동 등을 주의 깊게 살피도록 안내했다.
이러한 AI글라스 오남용과 관련해 최재인 삼성전자 MX사업부 XR 개발팀장(부사장)은 최근 갤럭시 언팩에서 "창과 방패 같이, 앞으로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여러 가지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면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됐을 때 이를 막을 수 있는지, 설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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