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재무제표] 순이익 늘었는데 주주 몫은 줄었다?…EPS로 보는 '실적의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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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 투자자들의 시선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 쏠린다. 순이익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면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많아진 만큼 주주에게도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순이익이 늘었다고 해서 주식 한 주에 돌아가는 이익까지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뿐 아니라 이를 나눠 가질 주식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살펴볼 지표가 주당순이익(EPS·Earnings Per Share)이다.

EPS는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가운데 보통주 한 주에 돌아가는 몫을 보여준다. 보통주에 귀속되는 당기순이익을 해당 기간의 가중평균유통보통주식수로 나눠 계산한다. 주가수익비율(PER)을 계산할 때도 EPS가 활용된다. PER은 주가를 EPS로 나눠 현재 주가가 기업이 한 주당 벌어들이는 이익의 몇 배 수준에서 거래되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순이익이 100억원이고 가중평균유통보통주식수가 1000만주라면 EPS는 1000원이다. 이듬해 순이익이 20% 늘어난 120억원을 기록하더라도 주식 수가 1500만주로 증가했다면 EPS는 800원으로 떨어진다. 회사 전체가 벌어들인 이익은 늘었지만 한 주에 돌아가는 몫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주식 수는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등을 통해 늘어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자금을 조달하거나 부채를 자본으로 바꾸는 효과가 있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한 주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희석'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상장사 재무제표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한 상장사는 기초 발행보통주식수가 944만6672주였지만 전환권 행사로 73만5294주의 신주가 발행됐다. 이에 EPS 산정에 사용되는 가중평균유통보통주식수도 952만201주로 늘어났다. 전환사채가 실제 주식으로 바뀌면서 주당 이익을 나눌 주식 수가 증가한 것이다.

반대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주식 수 증가 속도가 느리다면 EPS는 높아질 수 있다. 또 다른 상장사의 가중평균유통보통주식수는 지난해 1분기 2793만2369주에서 올해 1분기 3150만8027주로 약 1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이 약 28억원에서 72억원으로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기본 EPS는 101.1원에서 228.5원으로 상승했다. 결국 순이익과 주식 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빠르게 증가했느냐가 한 주에 돌아가는 이익을 좌우하는 셈이다.

기업의 손익계산서 하단을 보면 기본 EPS와 '희석 EPS'가 함께 표시된 경우가 있다. 희석 EPS는 아직 보통주로 전환되지 않았지만 향후 주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보통주까지 고려한 지표다.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스톡옵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증권이 향후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권리가 행사되면 유통주식수가 증가할 수 있다. 이에 희석 EPS를 살펴보면 현재 실적만으로 계산한 기본 EPS뿐 아니라 잠재적인 주식 수 증가가 한 주당 이익에 미칠 영향도 가늠할 수 있다. 기본 EPS와 희석 EPS의 차이가 크다면 어떤 잠재주식이 존재하는지 재무제표 주석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기업의 순이익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유통되는 주식 수가 감소하면 EPS는 상승할 수 있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기존 주주가 보유한 한 주에 돌아가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자사주 소각이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결국 투자자가 실적을 볼 때 확인해야 할 것은 기업이 '얼마나 벌었느냐'만이 아니다. 그 이익을 '몇 주가 나눠 갖느냐'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순이익이 증가했는데 EPS 증가 폭이 이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면 유통주식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회사가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곧바로 주식 한 주의 몫까지 커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순이익과 함께 기본 EPS와 희석 EPS, 주식 수 변화를 살펴보면 실적 증가라는 숫자 뒤에 가려진 '착시'를 한 번 더 걸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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