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서울 정비사업 시장에 2조~3조원대 초대형 사업장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현장설명회에는 여러 건설사가 몰렸다가 본입찰에서는 한 곳만 남고, 유찰과 재입찰을 거쳐 수의계약으로 넘어가는 ‘단독입찰 공식’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0대 건설사가 참여한 서울 정비사업 입찰 25건 가운데 실제 복수 건설사가 경쟁한 사업은 3곳에 불과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대형 건설사들이 수익성과 수주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10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1차 입찰은 현대건설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기존 2160가구를 최고 40층, 4248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만 2조6135억원이다. 현장설명회에는 6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입찰서를 낸 곳은 현대건설뿐이었다. 한국토지신탁은 2차 입찰에 나설 예정이며 재입찰에서도 경쟁이 성립되지 않으면 수의계약을 추진할 수 있다.
하반기 시장에 나온 사업장의 몸집은 어느 때보다 크다. 목동13단지는 예정 공사비 2조3763억원,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는 2조137억원, 성수3지구는 1조8275억원, 목동12단지는 1조7888억원 규모다. 목동10·12·13단지와 성수2·3지구 등 주요 5개 사업장만 합쳐도 약 10조62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목동 최대 재건축 사업인 14단지가 가세한다. 기존 3100가구를 5123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만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월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목표로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재 예상 규모대로라면 목동10단지를 넘어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가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 대우건설 등이 잠재적인 수주 후보로 거론된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오는 25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다. 총 2491가구 규모로 재건축되며 지난 5월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GS건설, 대우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등 7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예정 공사비는 3.3㎡당 1150만원이며 총 사업비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성수3지구가 대표적이다. 첫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금호건설, 제일건설 등이 참석했지만 재입찰을 위한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만 모습을 드러냈다. 두 차례 경쟁이 성립되지 않으면서 삼성물산과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나마 오는 31일 입찰을 마감하는 성수2지구는 경쟁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지난달 현장설명회에는 DL이앤씨와 IPARK현대산업개발이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DL이앤씨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실제 경쟁 성립 여부는 입찰 마감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같은 날 입찰을 마감하는 목동12단지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IPARK현대산업개발 등 4개사가 참석했다. 이 가운데 GS건설이 글로벌 설계사와 협업한 특화설계를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입찰보증금은 80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사업 한 곳에 입찰하기 위해 수백억원대 현금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데다 설계와 금융조건, 조합원 혜택 등을 준비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투입된다”며 “목동의 경우 14개 단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동시에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대형 건설사조차 모든 사업장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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