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검토 시간 90% 단축, 연간 50억 비용 절감"…현대차, AX 전환 가속

  • 양재 본사에서 '그룹 AX 성과 발표회' 개최… DX·AX 추진 현황과 미래 비전 공개

  • 정의선 회장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8년 만에 AI 조직 문화 흡수

12일수 양재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Beyond AI Transforming the Way We Work’에서 발표 중인 현대차·기아 ICT담당 진은숙 사장
1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Beyond AI, Transforming the Way We Work)'에서 발표 중인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사진=현대차그룹]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가 되겠다"(2018년 CES,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동차 제조 회사에서 미래 모빌리티·피지컬 AI(인공지능)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AI 전환(AI Transformation, 이하 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성형 AI를 업무에서 도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조직 곳곳에 AI 활용 문화를 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조부터 사후 서비스 관리까지 전 영역에 AI를 도입해 경쟁력을 입증하는 등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Beyond AI, Transforming the Way We Work)'를 개최하고,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전사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X)과 AX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는 AI 기술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현대차그룹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AX 기반을 어떻게 준비해 왔는지와 주요 성과, 향후 방향성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모빌리티 산업이 제조력 중심에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경쟁력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조직 전반에 AX 내재화를 강화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 담당 사장은 "AI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결국 기업이 활용해야 하는 도구"라며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업무와 사업에 적용하는지가 조직 경쟁력에 중요한 만큼 현대차그룹은 DX를 기반으로 AI를 포함한 지능화 기술의 내재화를 추진하며 AX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임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기 위해 업무 플랫폼에 △지라(JIRA) △두레이(Dooray)를 비롯해 문서 공동 작성과 지식 공유를 지원하는 △컨플루언스(Confluence)를 2022년 순차 도입했다. 플랫폼 도입 이후 임직원들은 전사 업무 현황과 주요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보다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으며, 조직 간 협업과 정보 공유의 투명성도 한층 강화됐다.

글로벌 전 사업장이 동일한 업무 환경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인 'Microsoft 365(이하 M365)'도 2022년 도입했다. M365는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개별적으로 설치·운영하는 대신 클라우드를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메일, 일정 관리, 문서 작성, 화상회의 등을 하나의 협업 체계로 연결해 전 세계 사업장과 조직 간 협업 방식을 표준화한다.

특히 국가 핵심기술에 대한 보안 규정으로 외부의 협업 도구를 사용할 수 없었던 자율주행, 수소 등의 연구개발 조직도 정부 관계 부처의 신속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동일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조직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정보를 하나의 협업 환경에서 공유·축적할 수 있게 됐으며, AI가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데이터 분야에서는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운영하며 연구개발, 생산, 품질, 판매 등 전 밸류체인에 분산돼 있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연결했다. 그 결과 개발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가 생산과 품질 관리에 활용되고, 판매 현장에서 확보된 데이터가 다시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또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인 '에이치 챗 프로(이하 H Chat Pro)'를 통해 AI 활용 문화를 조직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H Chat Pro는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임직원이 챗지피티, 제미나이, 클로드 등 다양한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선택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현대차그룹의 전용 AI 플랫폼으로 지난해부터 일반 임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H Chat Pro 이용자는 3만 명으로, 현대차·기아 임직원 중 일반·연구직의 약 80%에 해당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H Chat Pro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과 비용 효율을 높인 대표 사례들이 소개됐다. 가령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과거 충돌 시험 결과와 시험 이미지, 해석 자료 등 여러 시스템에 분산돼 있던 연구 정보를 통합 검색하고, 유사 사례를 빠르게 찾아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기반 연구개발 시스템이다.

현대차그룹은 AI를 활용해 연구 정보를 연결하고, 엔지니어가 단순히 자료를 검색하는 것을 넘어 유사 충돌 사례의 시험 조건과 차량 구조, 상해 발생 원인, 개선 대책까지 함께 분석 및 참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엔지니어들은 자료 수집과 검토에 소요되는 시간을 약 90% 단축했으며, 절약한 시간을 분석 결과 해석과 설계 개선, 시험 전략 수립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해 생산 공정의 품질 관리와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차량 식별번호(VIN)를 기반으로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차량과 시스템상에 등록된 차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대조·검증하는 비전 AI 기반 솔루션이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차량 정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거나 시스템 정보를 기반으로 검증했지만, 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차량 식별번호를 자동으로 판독하면 작업 오류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이 가능하다. 해당 서비스는 현대차·기아 전 공장과 미국, 유럽, 인도, 아태 등 글로벌 생산거점 70곳에 적용돼 연간 52억4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달성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생산 라인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차 공정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이동 경로를 AI가 최적화하는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도 있다. 기존에는 설비 오류 등으로 대차 순서가 꼬이면 작업자가 직접 이동 경로를 판단하고 복구했지만, AI 기술을 결합해 최적의 경로를 자동 도출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생산 중단 시간을 약 86% 줄이는 등 효율이 개선됐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 정비 현장에서는 LLM 기반 '정비 지원 AI 서비스'를 통해 정비사들이 복잡한 정비 매뉴얼 없이도 문제의 원인과 대응 방안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 차량 오류 코드나 증상을 자연어로 입력하면 AI가 관련 매뉴얼과 과거 정비 기록 등을 분석해 최적의 진단 결과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정비 대응 시간은 약 42% 단축됐다.

현대차그룹은 AX를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닌 조직 문화 혁신으로 정의하고 있다. 선제적인 AX 전환의 배경에는 새로운 기술을 민첩하게 받아들이고 실제 업무 혁신으로 연결하는 내부의 실행 문화 덕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 자산, 운영 경험, AI 활용 역량을 기반으로 차량과 로보틱스, 피지컬 AI 등 혁신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그룹 내 AX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산업 전반의 AI 전환 확산과 중소기업의 AX 지원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진 ICT 담당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가장 빠르게 배우고 현장에 적용해 고객 가치와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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