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M약국. 약국 입구에 놓인 쇼핑카트가 대형마트처럼 하나둘 비워졌다. 매장 안으로 들어선 손님들은 가장 먼저 건강기능식품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양제를 고르던 50대 여성은 진열대를 두세 차례 오가며 제품을 비교했다. 가족이 먹을 유산균을 고르러 왔지만 장바구니에는 오메가3와 인공눈물까지 담겼다. 매장을 둘러보는 데만 30분가량이 걸렸다. "30분도 부족하다"며 그는 다시 영양제 진열대로 향했다.
창고형 약국은 대형마트처럼 넓은 공간에 일반의약품과 건기식, 의약외품 등을 진열해 소비자가 직접 둘러보고 비교하며 구매하는 형태의 약국이다. 지난해 6월 경기 성남에 첫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연 이후 매장이 확대됐다.
약 하나만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손님은 드물었다. 장바구니에는 영양제와 상비약, 생활용품 등이 함께 담겼다. 연고를 사러 들렀다는 30대 여성은 진열대를 둘러보다 선물용 제품들까지 장바구니에 담았다. 성분을 비교해 보고 함께 구매했다는 그의 계산 금액은 10만원을 훌쩍 넘었다.
차를 타고 40분을 달려왔다는 한 소비자는 "영양제를 살 때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는다"며 "올 때 필요한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한다"고 말했다.
더마화장품과 반려동물용품 등 다양한 품목을 갖췄지만 실제 소비는 건기식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어린이 영양제를 고르던 한 부부는 "비교하며 고르기에는 좋다"면서도 "성인용 건기식에 비해 어린이 제품은 아직 종류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선택지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L약국은 주로 인근 주민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건기식 코너를 먼저 둘러보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복약 상담만 받고 돌아가는 단골도 적지 않았다. 혈압약을 복용 중인 60대 여성은 이전 구입 후 상담을 맡았던 약사를 다시 찾아 복용 여부를 확인한 뒤 약국을 나섰다.
L약국 관계자는 "단골은 상담을 위해, 처음 찾은 손님은 둘러보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객단가는 편차가 있지만 평균 5만원 수준이다.
창고형 약국은 이름은 익숙하지만 방문 경험은 비교적 제한적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9~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 창고형 약국 인지도는 87.6%에 달한 반면, 실제 방문 경험은 26.4%에 그쳤다. 방문하지 않은 이유로는 '근처에 매장이 없다'는 응답이 66%로 가장 많았다. 반면 이용 경험자의 79.1%는 창고형 약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장에서도 휴가철을 맞아 서울 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았다는 소비자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품목, 한 번에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 소비자는 "멀어서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가까우면 더 자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해도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다르다는 인식도 확인됐다. 같은 조사에서 창고형 약국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은 '의약품 오남용'을 가장 큰 우려로 꼽았다.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 한 소비자는 "가격만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복약지도를 들으며 비교해 구매할 수 있어 좋다"며 "직접 제품을 고르더라도 마지막에는 약사에게 한 번 더 확인을 받는다"고 말했다.
창고형 약국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만큼 정확한 복약지도와 안전한 의약품 관리도 과제로 남는다.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지만 의약품은 무엇보다 안전한 복용 환경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부 역시 창고형 약국 확산에 따른 시장 변화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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