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 엔비디아 협력사 M&A하다 체한 성호전자, 최대주주 주담대 폭탄 메우려 1000억 CB 발행하나?

서룡전자의 성호전자 지분 담보대출 현황
서룡전자의 성호전자 지분 담보대출 현황

미국 엔비디아 협력사를 인수하며 인공지능(AI) 수혜주로 꼽히던 성호전자가 무리한 인수 및 합병(M&A)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과도한 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 구조 악화로 주가가 폭락하자 최대주주는 보유 지분을 '영끌' 담보로 내놨지만 재무 리스크에 직면했다. 이런 와중에 성호전자는 대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 중인데, 이를 두고 최대주주 측이 재무 리스크를 성호전자에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성호전자는 최근 NH투자증권·키움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1000억원 규모의 사모 CB 발행을 추진 중이다. 자금 조달 규모는 추가 발행을 거쳐 최대 2000억원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선 대규모 자금 조달의 목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번 CB 발행이 회사의 성장재원 확보가 아닌 무리한 몸집 늘리기 과정에서 자금위기에 봉착한 최대주주 서룡전자 지원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정은 이렇다. 성호전자는 지난 2월 엔비디아 협력사인 에이디에스테크(인수대금 2800억원)와 디이에스(400억원) 등 3000억원이 넘는 대형 M&A를 단행했다. 에이디에스테크 인수대금만 성호전자 연결 자산총액(약 4306억원)의 65%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 서룡전자는 에이디에스테크 잔여 지분을 인수하려는 성호전자에 1548억원을 대여해 주기 위해 지난 4월 10일 성호전자 지분을 담보로 3000억원(담보설정금액 6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대출을 일으켰다.

문제는 본업인 전원공급장치·필름콘덴서 사업 부진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80%가량 급감한데다, M&A에 따른 유동성 위기 우려로 성호전자 주가가 4월 고점(5만2800원) 대비 급락하면서 터졌다. 계약상 담보비율(200%)이 무너지자 서룡전자는 5월 21일(767만주), 6월 24일(100만주), 6월 26일(725만주) 세 차례에 걸쳐 성호전자 보유주식을 추가로 밀어넣었다. 그 결과 서룡전자의 보유지분(38.18%) 99.88%(2729만2815주)가 담보로 묶이면서 더 이상 내놓을 주식이 없는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

7월 들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주가가 지속 하락하며 7월말 1만1850원대까지 밀리면서 '3거래일 내 담보 보충 미이행 시 반대매매'라는 특약 조건이 서룡전자의 목을 죄기 시작한 것. 당시 반대매매가 실행될 경우 서룡전자 지분율은 기존 38.18%에서 0.05%로 쪼그라들어 경영권을 곧바로 상실하는 구조였다.

이에 서룡전자는 주가 하락세가 본격화된 7월 8일부터 31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350억원의 현금을 단계적으로 조기 상환했다. 담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선제적인 현금 투입으로 대출 잔액을 1650억원까지 낮추며 가까스로 반대매매 실행을 막아냈지만 최대주주 측은 막대한 현금 유출을 감수해야 했다. 성호전자 주가는 이날 기준 1만9000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차입금 의존도가 이미 위험 수준(45%)에 도달한 상황이다.

성호전자 측은 CB 발행 목적 및 자금 용처에 대해 "CB 발행 자금 용도 등은 공시 사항이라 법적으로 사전에 밝히기 어렵다"며 "2000억원대 추가 조달 여부도 아직 내부적으로 의사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체 현금 창출력이 무너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M&A를 추진하다 최대주주의 경영권까지 흔들린 전형적인 자승자박 사례"라며 "회사가 발행하는 대규모 CB는 향후 물량 폭탄(오버행) 위험으로 이어져 일반 투자자들에게 재무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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