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포모(FoMO)가 아니라 조모(JoMO)다."
최근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모(JoMO·Joy of Missing Out)'라는 단어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주가 상승 행렬에 뒤처질까 두려워 무리하게 투자에 뛰어드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가 시장을 지배했다면, 최근 급락장에서는 "주식을 안 해서 다행", "현금이 최고의 투자였다"는 의미의 조모가 새로운 투자 심리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포모는 원래 투자 용어가 아니다.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다른 사람만 가치 있는 경험이나 기회를 누리고 자신만 소외될 것 같은 불안감을 뜻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일상화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과 소비, 경험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심리를 설명하는 용어로 널리 쓰였고, 투자시장에서는 주가가 오를 때 수익 기회를 놓칠까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심리를 의미하게 됐다.
반면 조모는 'Joy of Missing Out', 즉 '놓치는 것의 즐거움'을 뜻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인간관계에서 한발 물러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선택하고 혼자만의 시간에 만족하는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디지털 디톡스와 마음챙김 문화가 확산하면서 등장한 개념으로, 남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조모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에 투자하지 않아 다행', '급등장을 따라가지 않아 손실을 피했다'는 뜻으로 사용되며 사실상 포모의 반대말처럼 자리 잡고 있다.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주식 안해서 다행이다", "전세나 결혼 자금 썼다 생각하면 끔찍하다" "안 들어간 게 수익"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원래는 타인의 시선과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태도를 의미했던 조모가 급락장을 거치면서 투자 손실을 피한 데 안도하는 심리를 뜻하는 신조어로 변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포모와 조모 모두 시장 변동성이 극심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투자 심리로 보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놓칠까 추격매수에 나서고, 급락장에서는 손실을 피한 것에 안도하며 위험자산을 멀리하는 심리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의 주도 키워드가 포모에서 조모로 바뀌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공격에서 방어로 빠르게 전환됐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신용융자·예탁금 동반 감소…포모는 끝났다
실제 시장 분위기도 투자 심리의 변화를 보여준다. 앞서 상반기 코스피가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가파르게 상승하자 개인투자자들은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상품에 대거 뛰어들었다. '지금 사지 않으면 평생 기회를 놓친다'는 포모 심리가 확산되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가 역사적인 급등 이후 다시 5% 넘게 급락하고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 자금이나 주택 마련 자금을 투자했다가 수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사연이 잇따르면서 투자 심리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특히 지난달 반대매매 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사상 초유의 연속 서킷브레이커 여파로 30일 1038억원, 31일 1220억원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조모는 이제 온라인 밈을 넘어 실제 투자 행태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8조935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8조4043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0% 넘게 하락했다. 특히 코스피가 하루 만에 17.9% 급등했던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에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하루 새 3조2181억원 줄었다. 반등 국면에서도 투자자들이 빚을 내 투자하기보다 위험 노출을 줄이는 데 집중한 것이다.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서 약 100조원을 순매수했던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도 눈에 띄게 둔화했다. 투자자예탁금 역시 감소하며 지난 6월4일 139조원대에서 지난달 말 104조원대로 감소하며 증시 대기자금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열풍 또한 빠르게 식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말 관련 ETF의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상향한 이후 거래대금은 불과 이틀 만에 12조원대에서 1조원대로 급감했고 개인투자자들도 주요 레버리지 ETF에서 순매도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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