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미·일 당국의 엔 매수 공조 개입은 양국이 약 9개월간 의견을 조율한 끝에 실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해 10월 일본 측에 달러 조달 방식을 먼저 제안했다고 4일 보도했다. 미 국채를 팔지 않고도 개입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일본은 앞으로 이 방식으로 엔 매수 개입 실탄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7월 30일 단독으로 엔 매수 개입에 나선 데 이어 31일에는 미국과 공조 개입을 실시했다. 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55.20엔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해 5월 초 이후 약 3개월 만에 엔화 가치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에 지난달 하순 163엔대 후반까지 올랐던 환율이 개입이 시작된 30일 이후 약 8엔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당국이 3일 오전에도 추가 개입에 나섰다는 관측이 시장에 퍼졌다고 전했다. 사실이라면 3거래일 연속 개입이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3일 공조 개입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앞으로 추가 공조 개입을 실시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무라 준 재무관은 같은 날 오전 재무성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공조 개입은 말하자면 미·일 통화동맹의 완성형"이라고 말했다. 미·일 협조 개입은 동일본대지진 직후인 2011년 이후 15년 만으로, 엔 매수 개입으로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이다. 대지진이나 금융위기 같은 유사시에 국한돼 온 수단이다. 일본 재무성 간부는 "경제적으로 지금은 평시다. 유사시가 아니어도 협조 개입을 하는 것은 새로운 스탠더드"라고 말했다.
첫 고비는 올해 1월이었다. 엔화와 일본 국채가 동시에 팔리는 '일본 매도'가 나타나자 베선트 장관이 공조 개입 검토에 들어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일본 측 요청이 있었다면 이때 공조 개입이 이뤄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선언하면서 정치적 공백이 생겨 무산됐다. 대신 미국이 단독으로 금융기관에 환율 수준을 물어 개입 의사를 내비치는 '레이트체크'에 나섰고, 엔·달러 환율은 닷새 동안 5엔가량 떨어졌다. 공조 개입을 위한 마무리 조율은 베선트 장관이 5월 단독 방일해 가타야마 재무상, 다카이치 총리와 만나면서 시작됐다.
미국으로서도 과도한 엔저를 마냥 용인하기 어려웠다. 엔화 약세가 달러 강세를 부추겨 미국 제조업계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걱정은 금리였다. 일본에서는 재정 불안으로 장기금리가 한때 약 30년 만에 2.9%까지 올랐고,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도 한때 5.2%대로 약 19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닛케이는 일본의 금리 상승이 미 국채시장으로 번지는 연쇄 반응을 미 당국이 경계했다고 전했다. 일본이 개입 자금을 마련하려 미 국채를 대거 내다 팔아도 결과는 같다. 연준의 레포 제도는 엔화 방어를 지원하면서 미 국채시장이 받을 충격은 줄이는 절충안이었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31일 공조 개입에서 일본의 달러 매도·엔 매수에 맞춰 유로를 팔아 엔화를 샀다. 유로를 판 돈으로 엔을 산 것이다. 달러를 팔지 않음으로써 미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을 피하고, 자국 통화를 떨어뜨리는 개입으로 비치는 것도 피할 수 있다. 달러 정책을 바꾼 것이 아니라 엔저 시정을 돕는 조치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동원한 자금 규모도 이례적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7월 31일 개입 규모를 5조~6조 엔으로 추산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이 3일 공표한 당좌예금 잔고 전망을 근거로 5조 엔 규모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전날인 30일에도 약 6조 엔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돼 이틀간 총액은 11조~12조 엔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일본이 올해 4~5월 한 달여에 걸쳐 투입한 11조 7349억 엔과 맞먹는 규모다.
이번 공조 개입이 겨냥한 것은 헤지펀드 등 투기 세력이다. 시점도 계산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휴가에 들어가 개입 효과가 큰 시점"이라고 말했다. 거래량이 줄어 환율이 크게 흔들리는 때를 노렸다는 것이다.
노림수는 또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엔 매수 개입의 효과가 오래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엔을 파는 개입은 정부단기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지만, 엔을 사려면 보유한 미 국채 등을 팔아 달러를 조달해야 해 외화보유액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전제가 달라졌다. 일본은 연준 레포 제도로 실탄을 계속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미국도 이번에는 유로를 팔았지만 달러 매도까지 동원하면 개입 자금에 사실상 한계가 없다. 마루야마 린토 SMBC닛코증권 시니어 금리·외환전략가는 "달러를 팔아 엔을 사는 방식이라면 미국은 무한정 개입할 수 있어 엔화 강세가 더 진행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엔 매도 포지션을 쌓기가 그만큼 부담스러워진 셈이다.
다만 개입만으로 엔저 흐름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야마모토 겐지 다이와증권 수석 시장이코노미스트는 "엔 매수 개입은 엔저 진행을 억제할 시간을 벌 뿐, 엔저 추세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며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다음 압박 대상으로 일본은행을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은행이 정책금리 동결을 결정한 지난달 31일 엑스(X)에 "8월 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를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이노 뎃페이 미쓰비시UFJ은행 수석 애널리스트는 "원래 예상하던 9월 금리 인상 시나리오의 확실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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