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영의 재테크루] 20년이면 수백만원 차이…'무료 IRP' 고를 때 따져볼 것들

  • 삼성생명, 보험사 첫 전면 면제…IRP 수수료 경쟁 전 업권 확산

  • 수수료 아껴도 수익률 낮으면 손해…업권별 상품 차이 비교해야

사진삼성생명
[사진=삼성생명]

삼성생명이 다음 달부터 개인형퇴직연금(IRP) 수수료를 전면 면제한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IRP 수수료 0원' 경쟁이 보험업계로 번지는 모습이다. 은퇴까지 10년, 20년씩 운용하는 IRP에서는 연 0.1~0.3%의 작은 수수료도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무료’라는 문구만 보고 계좌를 옮기기보다는 투자 상품과 서비스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8월 1일부터 가입 시점과 가입 채널, 적립금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IRP 계좌의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한다. 기존 가입자도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혜택을 받는다. 보험사가 전체 IRP 가입자의 관리 수수료를 조건 없이 면제하는 것은 삼성생명이 처음이다.

IRP에서 금융회사가 받는 대표적인 비용은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다. 운용관리 수수료는 상품을 제시하고 가입자의 운용 지시를 처리하는 대가다. 자산관리 수수료는 적립금을 보관·관리하는 데 붙는다. 금융회사와 가입 방식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두 수수료를 합쳐 적립금의 일정 비율을 매년 떼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연간 수수료율이 0.2%라고 가정해보자. 적립금이 5000만원이면 1년에 10만원이다. 적립금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단순 계산해도 10년간 100만원, 20년간 200만원이 빠져나간다. 적립금이 1억원이라면 20년간 수수료가 400만원으로 불어난다.

실제 차이는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수수료로 빠져나간 돈은 이후 투자수익을 낼 기회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5000만원을 연 4% 수익률로 20년간 굴린다고 가정할 때 매년 0.2%의 비용이 발생하면, 비용이 전혀 없을 때와의 최종 자산 차이는 약 414만원이다. 적립금이 1억원이라면 차이는 약 828만원까지 커진다. 이는 수익률이 매년 일정하다고 단순화한 계산이지만 장기 투자에서 비용이 복리 효과를 깎아 먹는 구조를 보여준다.

IRP 수수료 인하 경쟁은 은행·증권업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비대면으로 개설한 IRP 계좌의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대면 가입 계좌까지 무료 혜택을 넓혔다. 주요 은행들도 비대면 가입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적립금 보유 등 조건을 충족하면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할인해준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IRP 수수료 무료'가 계좌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이 0원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사가 면제하는 것은 통상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다. IRP에서 펀드를 매수하면 펀드 운용보수와 판매보수 등이 별도로 발생할 수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상품 자체의 총보수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남는다. 

IRP를 선택할 때는 금융회사의 업권별 특성도 따져봐야 한다. 증권사는 ETF와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의 선택 폭이 상대적으로 넓고, 은행과 보험사는 예금이나 이율보증형보험 등 원리금보장 상품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가입자가 선택하기 편하다. 같은 업권 안에서도 매매할 수 있는 ETF·펀드의 종류와 원리금보장 상품의 금리는 금융회사마다 다르다. 수수료를 연 10만원 아끼더라도 원하는 상품이 없거나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을 선택하지 못해 수익률이 낮아진다면 이전에 따른 실익이 줄어들 수 있다. 

투자 경험이 적다면 상담 서비스도 비용 못지않게 중요하다. 은퇴자금 배분과 연금 수령 방법을 상담받을 수 있는지, 앱에서 상품 교체와 수익률 확인이 편리한지,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지도 비교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는 금융회사별 수수료 총액과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 펀드 총비용 등을 비교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IRP 이전 과정에서 보유 상품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지, 기존 상품을 매도해야 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상품을 중도 해지하면서 약정이율을 받지 못하거나 매도 시점의 시장가격에 따라 손실이 확정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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