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는 누구나 비슷하다. 늦은 밤 치킨과 맥주를 먹고 곧바로 잠들어도 다음 날 속이 불편하지 않고, 매운 음식이나 라면도 부담 없이 먹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같은 생활을 반복하면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 식후 잠시 누웠을 뿐인데 속이 쓰리고 전보다 쉽게 더부룩해진다. 대부분은 이를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실제 나이가 들수록 위장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위장관을 움직이는 신경과 근육의 기능이 점차 약해지면서 변비나 위산 역류가 잦아지기도 한다. 다만 이를 노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같은 연령이라도 증상 없이 지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약을 복용해도 재발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생활습관이다. 노화로 약해진 위장 기능 위에 과식과 야식, 음주, 흡연, 식후 바로 눕는 습관 등이 더해질 때 위산은 더 쉽게 식도로 역류한다. 노화가 질환이 생기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면 생활습관은 질환의 발생과 재발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표적 증상은 가슴이 타는 듯한 속쓰림과 신물 역류지만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만성 기침, 가슴 통증 등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0년 전만 해도 인구의 약 5% 수준이었지만, 2022년에는 488만명으로 증가했고 2023년에는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서양에서는 전체 인구의 20~40%가 위식도 역류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역시 식생활 변화와 비만·고령화 등이 맞물리며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정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식도 역류질환을 가벼운 질환으로 여기기 쉽지만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식도염과 식도탈장, 소화성 식도협착, 바렛 식도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며 "반복되는 증상이 있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습관의 영향은 연령대별 위험요인을 보면 더욱 뚜렷하다. 같은 질환이라도 나이에 따라 원인과 관리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10대 이하에서는 불규칙한 생활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거나 게임을 하며 커피나 탄산음료를 자주 마시고, 야식을 먹은 뒤 곧바로 눕는 습관 등이다. 아직 식도 근육의 탄력이 유지되는 시기인 만큼 취침 전 야식을 줄이는 것만으로 호전되기도 한다.
반면 20~30대부터는 사회생활 영향이 커진다. 회식과 음주, 흡연, 만성 스트레스는 위와 식도 사이에서 역류를 막는 하부식도괄약근 압력을 떨어뜨린다. 불가피한 술자리에서는 물을 자주 마셔 식도 점막의 남은 위산을 씻어내는 것이 좋다.
50대 이후에는 노화 영향이 본격화된다. 식도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고 위에서 음식이 배출되는 속도가 느려진 탓이다. 만성질환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식사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 소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을 피할 수 없는 노화 현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나이는 되돌릴 수 없지만 생활습관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위산분비억제제 등 약물치료로 증상을 조절하되 근본적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오정환 교수는 "과식을 피하고 식후 3시간 이내에는 눕지 않는 등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증상이 반복된다면 위내시경을 통해 식도 점막 손상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식도내압검사와 24시간 식도산도검사를 시행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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