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MONEY] 연말정산 받고 ETF도 사고…연금저축에 눈뜬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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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윤모씨(28)는 최근 연금저축펀드 계좌를 개설했다. 매달 일정 금액을 넣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기 위해서다. ETF로 장기투자를 하면서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움직였다.

윤씨는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긴 사회초년생 때부터 꾸준히 자산을 쌓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일반 계좌에서도 ETF를 살 수 있지만 연금저축은 세금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자연스럽게 선택했다”고 말했다.

연금저축을 바라보는 20·30대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수십 년 뒤를 위한 노후 상품에서 벗어나 연말정산 세액공제와 ETF 장기투자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절세 투자계좌’로 활용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3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연금저축 투자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20·30대 가입자는 229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13.8% 증가했다. 40·50대 증가율인 6.6%의 두 배를 웃돈다. 20세 미만 가입자도 13만5000명으로 53.4% 급증했다.

투자형 상품으로의 이동도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연금저축펀드 적립금은 40조7000억원에서 61조3000억원으로 50.7% 늘었다. 모바일로 계좌를 손쉽게 개설하고 소액으로 ETF를 정기 매수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층의 가입과 투자형 상품으로의 자금 이동이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2030세대를 끌어당기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세액공제다.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연금계좌에는 합산해 한 해 최대 1800만원을 납입할 수 있다. 연금저축은 최대 6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IRP까지 활용하면 공제 대상 납입액은 최대 900만원으로 늘어난다.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에게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16.5%, 이를 초과하면 13.2%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이 연금저축에 600만원을 넣으면 최대 99만원, IRP까지 합쳐 900만원을 납입하면 최대 148만5000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실제 환급액은 이미 낸 세금과 다른 공제 항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세 시점을 뒤로 미룰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연금저축계좌에서는 펀드나 ETF를 사고팔아 수익을 내더라도 곧바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세금은 돈을 중도에 찾거나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을 때 부과된다. 세금으로 빠져나갈 돈과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은 공제액까지 다시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가 인기를 끈 배경에는 수익률도 있다. 투자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금저축 전체 수익률은 10.6%로 집계됐다. 일반 펀드는 31.3%, ETF는 27.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펀드와 ETF를 합친 투자형 상품 수익률은 29.3%로 연금저축신탁 4.0%, 연금저축보험 0.8%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이는 증시가 강세를 보인 지난해의 성과다. 펀드와 ETF는 예금과 달리 원금이 보장되지 않아 시장이 하락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수익률 산정 기준이 바뀌었고 상품별 공시 기준도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연금저축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다양해졌다. 토스증권에 따르면 자사 연금저축계좌에서 매매할 수 있는 국내 상장 ETF는 총 1046개다. 국내외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부터 배당주와 채권, 금,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 투자하는 상품까지 선택지가 넓다.

목돈을 한꺼번에 넣기보다 월급날마다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해 ETF를 나눠 사는 방식도 가능하다. 매수 시점을 분산하면서 소액으로 시작한 뒤 소득이 늘어날 때 납입액을 높일 수 있어 사회초년생의 투자 방식과도 잘 맞는다.

다만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은 투자 규제가 다르다는 점에서 투자자 유의가 필요하다. 연금저축펀드에는 별도의 위험자산 한도가 없지만 IRP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은 전체 자산의 70%까지만 주식형 ETF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혼합형 ETF를 활용하면 실제 주식 비중을 최대 85%까지 높일 수 있지만, 이는 연금저축이 아닌 퇴직연금에 해당하는 전략이다.

증권사들도 20·30대를 겨냥한 연금저축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토스증권은 지난 24일 첫 절세 상품으로 연금저축계좌를 선보였다. 세액공제 진행률과 2026년 예상 절세 금액을 보여주는 개인별 리포트를 제공하고 국내 ETF 조회와 주식 모으기, 자동이체 기능도 연계했다. 계좌 개설부터 운용·관리까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접근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세제 혜택이 큰 만큼 주의할 점도 있다. 연금저축은 장기투자를 전제로 설계된 계좌다. 일반적으로 가입 후 5년이 지나고 만 55세 이후부터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생활비나 결혼자금, 주택 마련 등 연금 외 목적으로 돈을 빼면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과 운용수익에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계좌를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세제 혜택의 상당 부분을 돌려줘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 원금까지 모두 과세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처음부터 세액공제 한도를 모두 채우려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결혼과 전·월세 보증금, 내 집 마련 등 목돈이 필요한 청년층은 생활비와 비상자금을 먼저 확보한 뒤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금액으로 시작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액공제 혜택이 크더라도 생활자금까지 무리하게 연금계좌에 넣어서는 안 된다”며 “매달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자동이체하고 소득이 늘어날 때 납입액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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