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없는 신파일러] 신파일러 찾는 데 수억원…비용은 은행 몫

  • 대안신용평가 개발, 외부 데이터 확보 비용 부담

  • 은행마다 평가 방식 달라 중복 투자 불가피

  • 금융권 "공통 데이터·검증 기준 마련해야"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금융기관 앞에 예금 및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한 금융 접근성 확대를 주문하면서 은행권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평가모형 개발과 운영 비용을 각 은행이 떠안고 있어서다. 명확한 기준과 공통 인프라 없이 활용 확대만 독려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고객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자체 개발해 대출 심사에 적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부터 생활비와 공과금 자동이체 내역 등을 반영한 ‘서민 대안신용평가모형’을 서민 신용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KB 처음EASY 신용대출’ 심사에 금융·비금융 정보와 통신요금 납부 이력을 반영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대안정보를 활용한 머신러닝 심사전략을 하반기 중 확정해 오는 10월 도입할 예정이다.

대안신용평가는 통신요금과 공과금, 월세, 세금 납부 이력, 결제·소비 패턴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차주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체계다. 기존 금융정보만으로는 신용도를 충분히 평가받기 어려운 사회초년생과 청년층 등의 대출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문제는 모형 개발과 운영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대안신용평가 활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평가 대상과 방식은 은행 자율에 맡겨져 있다.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모형을 개발하고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구조다.

은행권에서는 새로운 평가모형을 개발하거나 기존 모형을 개편하는 데 많게는 수억원이 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평가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여러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확보한 뒤 가공·정제해야 한다. 이를 기존 대출 심사 시스템과 연계하고 모형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데이터 확보에도 비용이 든다. 통신·유통·플랫폼 업체 등이 보유한 정보를 활용하려면 별도 계약을 맺고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 활용 동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대안신용평가의 정확성과 위험도를 검증할 장기간의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새로운 평가 항목을 추가할 때마다 모형 검증과 전산 반영을 다시 거쳐야 해 개발 기간도 길다. 외부 컨설팅과 테스트, 시스템 안정화까지 포함하면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개별 은행이 비슷한 데이터를 따로 구매하고 유사한 모형을 반복 개발하는 구조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대안정보 활용 범위와 데이터 형식, 모형 검증 방식 등에 대한 최소한의 공통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방향만 제시한 채 세부 기준과 인프라 구축은 은행에 맡기면서 개발비와 운영비도 각사가 부담하고 있다”며 “은행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데이터 활용과 모형 검증에 필요한 공통 가이드라인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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