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홍문표 aT사장 "농산물 수급 불안, 韓 농업의 취약한 구조가 만든 결과"

  • "할인 대책만으로 수급 문제 해결 못해…근본적 대책 필요"

  • "기후변화, 위기이자 기회…새로운 작물 길러 수출해야"

  • "K-푸드 경쟁력, 한국 발효식품에서 찾아야"

캡션에 주요 멘트 한 줄 부탁드립니다 홍문표 aT사장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홍문표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지난 15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소비자는 '왜 매해 여름만 되면 농산물 가격이 뛰나' 답답해 하실 겁니다. 이건 분명 날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농산물 수급 문제는 올해 날씨가 안 좋아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농업의 구조적 취약성과 기후 변화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올해 평년보다 심한 국지성 호우가 반복되면서 하반기 농산물 수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조량 부족 등 기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농산물 작황이 부진해지고 이에 따라 가격이 뛸 수 있다는 우려다. 

홍문표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지난 15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농산물 수급 상황은 기상 여건으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농업 구조가 반영된 결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목과 산지가 특정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돼 기상여건에 쉽게 휘둘리는 구조적 취약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제시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현장에서 큰 부담이 되고 있지만 이를 회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이다. 홍 사장은 달라진 기후에 맞는 새로운 소득작물을 길러내고 나아가 수출 전략품목으로 키워낼 가능성도 열리고 있기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규정했다. 

다음은 홍 사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먹거리 물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농축산물 가격 상황은 어떻게 보고 있나. 

"장마철로 채소류 도매가격이 상승 흐름이지만 소매가격은 지난해보다 낮아 안정적이다. 봄철 작황이 좋았고 비축 물량을 넉넉히 확보해 뒀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품목은 출하가 몰려 값이 크게 떨어져, 직거래장터 판촉과 계약재배 자금 지원으로 농가를 지원하고 있다. 

농산물보다 축산물 가격이 우려스럽고 그중 계란 가격이 가장 큰 문제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가 줄면서 공급이 감소해 한동안 값이 오른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정부와 aT는 부족한 물량을 신선란 수입으로 메우되, 미국 한 곳에 기대지 않고 태국·브라질 등 여러 대륙으로 수입선을 넓혀 대응하고 있다. 

세계적인 가금류 생산국인 브라질산 신선란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이 이번 대책의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aT도 상파울루 지사를 통해 현지 동향을 직접 조사하고 공급 통로를 마련했다. 다만 수입은 보완책인 만큼, 국내 양계농가와 수급 상황을 함께 고려해 균형 있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상기후가 닥칠 때마다 특정 품목 값이 갑자기 치솟는 '재해성 가격 급등'이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뭐라고 보나. 

"이는 단순히 기후 위기가 아니라 우리 농업의 구조적 취약성과 기후변화가 맞물린 문제다. 

우선 우리 농업은 품목과 산지의 집중이 심하다. 배추·사과처럼 특정 품목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 그 지역에 폭염·산불·호우가 닥치면 전국 공급이 한꺼번에 흔들리게 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재배 적지가 줄고 있다. 사과 주산지였던 대구·경북의 재배면적이 30년 새 크게 줄었고, 고온에 약한 작물일수록 안정적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농가 고령화라는 생산기반의 약화까지 더해지면서 작황이 나빠져도 빠르게 대체 생산하거나 재배지를 옮길 여력이 부족하다."

가격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기후 적응형 품종·재배기술 보급 △비축 역량 확충을 통한 공급 완충 △계약재배 확대와 출하 시기 분산이 필요하다. aT는 생산-비축-수급을 하나로 잇는 안전판으로, '재해성 급등'의 악순환을 끊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기후변화로 농업의 지도까지 바뀌고 있다. 주산지가 북상하는 이런 변화가 우리 생산 현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하나. 

"기후가 바뀌면서 생산 현장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농작물의 주산지가 북쪽으로 올라가고, 예전에는 어렵던 아열대 작물의 재배도 늘어나고 있다. 시원한 기후가 필요한 고랭지 채소는 재배할 수 있는 땅이 줄어드는 등 생육 자체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다만 이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달라진 기후에 맞는 새로운 소득작물을 길러 내고 나아가 수출 전략품목으로 키워 낼 가능성도 함께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aT는 농촌진흥청 등과 협력해 기후적응형 신품종을 육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품종이 자리 잡으면 국내 수급이 안정될 뿐 아니라 수출 품목으로도 연결할 수 있다고 본다." 

-기후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는 어떤 게 있겠나. 또 aT는 여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대표적인 것이 딸기 농사다. 딸기는 기후라는 약점을 오히려 수출 기회로 바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원래 딸기는 겨울철에만 생산됐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서 딸기의 수요가 높아지는 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농업계는 실내 환경제어 재배라는 새로운 대안을 해법으로 모색했다. 온도·습도·빛·이산화탄소 같은 생육 환경을 정밀하게 조절해 겨울이 아닌 여름철에도 딸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aT는 기술 보급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aT센터에서 ‘사계절 딸기 생산 기술설명회’를 열어 기술이 농가에 확산되도록 노력했다. 기후변화에 끌려가는 농업이 아니라 기술로 계절을 이겨 내는 농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선 농산물과 라면 등을 비롯한 K-푸드 수출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수출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특별히 주목하는 부분이 있나.

"김치와 소스류 같은 발효식품을 주목하고 있다. 김치는 단순한 반찬을 넘어 최근 미국 정부의 식단지침에 건강식품으로 공식 포함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 고추장·된장 등 소스류로 이어지는 K-발효식품 전체가 K-푸드의 고유한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딸기와 포도 같은 신선 농산물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포도는 역대 최대 수출로 수출 1위 과일에 올랐고, 딸기 역시 최대 수출을 기록했다. 다만 신선농산물은 생산부터 선별·포장·운송·현지 유통까지 전 과정의 품질관리가 뒷받침돼야 하기에 농가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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