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권력 지형이 4년 만에 뒤집혔다. 더불어민주당 80석, 국민의힘 38석의 제12대 의회에서 민주당 3선 임만균 의원(관악3)이 전반기 의장에 올랐다. 최연소 의장인 그는 부드러운 말투와는 달리 판단의 경계가 선명했다.
그는 절차와 시민 공감이 부족한 정책은 멈춰 세우되 민생과 안전에는 오세훈 서울시 집행부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TBS에 대해서는 출연기관 지위 회복, 지원 조례 마련, 공정성 보완이라는 단계적 정상화 구상을 거침없이 설명했다. 한강버스는 실효성을 높이고 감사의 정원은 매몰비용까지 살펴야 한다는 현실론도 폈다. 다음은 지난 2일 서울시의회에서 진행한 임 의장과의 일문일답.
-3선 의원 가운데에서도 의장으로 선택받은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었나.
"5선과 4선 선배를 포함해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굳이 제 강점을 꼽는다면 동료 의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해 왔다는 점이다. 평소에도 고민과 의정 활동 방향을 자주 나누고 협력했다. 인간관계 속에서 쌓인 신뢰가 조금 더 깊지 않았나 싶다."
-제12대 시의회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도시다. 의회도 그 위상에 맞는 역량을 보여야 한다. 그 출발점은 시민 참여와 직접 소통이다. 여소야대라고 집행부와 의회가 극한 대립으로 가면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의회 본연의 감시·견제는 어느 때보다 철저히 하되 시민을 위한 정책과 사업에는 초당적으로 협조하겠다. 정책·예산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거나 시민과 의회에 대한 소통이 부족하면 단호히 멈춰 세울 것이다."
-한강버스, TBS, 감사의 정원 등에서 오세훈 시장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대립과 협치 중 어디에 무게를 두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는 아니다. 충분한 숙의 없이 추진된 정책은 나중에도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낳는다. 잘못된 부분은 멈춰 세워야 한다. 반면 고물가·고금리·내수 침체로 시민들이 힘든 상황에서 민생경제 회복과 안전을 위한 정책·예산은 발 벗고 돕고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사안과 시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의회의 기본 방향이다."
-TBS 재설립을 위한 특별조례를 추진한다는 뜻인가.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 순서가 있다. TBS가 정상화되려면 우선 출연기관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 이는 시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서울시가 신청해야 한다. 그다음 시의회가 재정 지원의 근거가 되는 조례를 만들어 통과시켜야 한다. 현재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돼 새 임원진을 뽑게 된다. 임원진이 갖춰지면 TBS와 서울시, 서울시의회가 정상화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협의할 추진기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과거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오 시장도 TBS 정상화라는 원론적인 입장에는 동의하면서 언론 공정성 문제를 어떻게 풀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우선 TBS 구성원의 생존권과 공영방송·재난안전방송 기능을 생각하면 정상화가 먼저다. 이후 내부 구성원과 외부가 참여해 공정성을 객관적으로 담보할 방안을 만들 수 있다. 누구 한 사람의 주관적 판단으로 공정하다, 공정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나.
"처음에는 기존에 없던 출퇴근 수단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정시성과 접근성, 기상 조건의 제약을 보면 대중교통 기능을 제대로 하느냐는 논란이 있다. 오 시장도 주말에는 관광 기능이 크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미 운행하는 사업을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다. 평일의 대중교통 기능과 주말의 관광 기능을 어떻게 조화시켜 시민 효용과 이용을 극대화할지가 현실적인 과제다."
-감사의 정원에는 어떤 입장인가.
"추진 과정에서 시민과 의회에 대한 소통이 부족했다. 대형 태극기 구상에서 감사의 정원으로 바뀌는 과정도 급했고, 그 때문에 오해와 논란이 이어졌다. 세금 부담도 있는 만큼 찬반이 팽팽한 사업일수록 사전에 시민 의견을 듣고 의회에 필요성을 설명해야 했다. 다만 이미 사업이 끝난 시설을 철거하면 또 매몰비용이 든다. 집행부가 앞으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절차를 충분히 밟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 중단을 이끌어냈다. 해법은 무엇인가.
"전장연이 4년 8개월 동안 출퇴근 탑승 시위를 하면서 시민에게 많은 불편을 준 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은 국가와 지방 정부가 일정 부분 보장해야 할 기본적 권리다. 제12대 의회 출범 뒤 민주당 시의회가 전장연과 몇 차례 만나 우선 시위를 멈추기로 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버스와 지하철의 이동권 요구는 서울시에 할 수 있다. 노동권 역시 수도 서울에 요구할 당연한 권리다. 다만 요구를 어느 범위까지 수용할지는 별도의 정책 판단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어떻게 제도화할 수 있나.
"경증장애인도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데, 중증장애인은 더 어렵다. 중증장애인이 실제로 수행할 수 있고 노동으로 인정받을 구체적인 업무, 성과 관리 체계 등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살펴 조례로 해결할 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관악구는 청년이 많지만 낙후되고 치안이 불안하다는 이미지도 있다.
"관악은 지방 청년이 서울에 정착할 때 진입하기 쉬웠던 지역이다. 대학동 고시원 등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생활물가도 낮아 1인 가구와 청년이 가장 많은 자치구가 됐다. 강남과 여의도에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도 저평가돼 있다. 강력 사건 한두 건이 발생하면 'OOO'이라는 지명이 부각돼 지역 이미지 전체가 훼손되는 안타까움도 있다. 하지만 관악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
-관악 발전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둔 분야는.
"주거·교통·교육 세 가지다. 관악은 구릉지의 단독·다가구·다세대 등 저층 주거지가 많다. 초선 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재개발과 주거 환경 개선에 힘썼다. 제 지역구만 해도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이 7~8곳 진행 중이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완공되면 주거 환경이 크게 바뀌고, 신혼부부와 젊은 세대가 들어올 것이다."
-교통 분야의 핵심은 무엇인가.
"과거 관악의 철도교통은 지하철 2호선에 크게 의존했지만, 신림선 개통으로 여의도 접근성이 좋아졌다. 난곡선은 20년 넘게 선거 공약으로 반복돼 주민 불신이 크다. 현재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고, 연말 결과를 긍정적으로 기대한다. 서부선은 서울대입구역에서 새절역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기존 우선협상대상자가 사업을 포기해 새 민간 사업자를 찾고 있으며, 민자가 여의치 않을 경우 재정 사업도 병행할 수 있도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두 노선이 완성되면 관악 교통은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안전하고 편안한 교육환경'을 강조했는데.
"교육 내용은 주로 중앙 정부와 교육 당국의 몫이고, 시의원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다. 관악에는 40~50년 된 학교가 많다. 낙후된 시설을 고쳐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공부하도록 관련 예산을 확보해 왔다. 주거와 교통, 교육 환경이 함께 좋아지면 아이를 키워 성인이 될 때까지 이사하지 않고 관악에서 살 수 있다."
-의장 임기 뒤 정치적 목표는 무엇인가. 구청장 출마도 염두에 두나.
"취임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고, 지금은 의장 역할도 벅차다. 2년 동안 118명 의원이 빛나는 의정 활동을 펼치고, 시민에게 사랑받도록 중심을 떠받치는 일에 충실하겠다. 정치인은 미리 자리를 정해놓기보다 상황에 맞춰 길을 찾아간다. 의장을 지낸 뒤 다른 정치적 역할이 주어진다면 도전하겠지만, 지금 특정 자리를 말하기는 어렵다."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정치 불신이 크다 보니 시의원과 시의회가 왜 필요한지 의문을 갖는 시민도 많다. 그만큼 정치권이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시민 곁으로 먼저 다가가 '서울시의회가 이래서 필요했구나'라고 체감하게 하겠다. 시민이 어려울 때 옆에서 든든한 힘이 되는 의회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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