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도쿄 출장은 캡슐호텔?…관광객에 밀려난 日 출장자들

  • 수도권 비즈니스호텔 코로나 前보다 52% 급등

  • 기업은 숙박비 대신 지출 통제·출장 감축

챗GPT 생성 이미지자료
챗GPT 생성 이미지[자료=도쿄호텔회(東京ホテル会) 「2024년 9월 도쿄호텔회 보고」]

"요즘은 국내 출장이 잡히면 취재 일정이 아니라 호텔부터 걱정합니다."

최근 만난 일본의 한 유력 전국지 기자가 한 말이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해 출장지에서 숙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빈방이 드문 데다 호텔비까지 치솟았다. 이 기자가 다니는 신문사의 국내 출장 숙박비 상한은 1박 1만 2000엔(약 10만7387원). 지방 소도시에서는 그나마 비즈니스호텔을 구하지만,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 예산으로 쉽지 않다. 업무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 호텔을 잡거나, 급할 때는 캡슐호텔에 묵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비즈니스호텔의 평균 객실단가는 2019년 9월 1만 779엔에서 2024년 9월 1만 6409엔으로 5년 만에 약 52% 올랐다. 이 신문사의 숙박비 상한보다 1221엔 낮았던 평균 객실단가가 2024년에는 4409엔 높아졌다. 5년 전에는 평균 수준의 비즈니스호텔에 묵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4000엔 이상을 개인이 더 내야 한다. 상승세는 지금도 이어진다. 총무성 소비자물가지수의 숙박료는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보다 3.1% 올랐다. 민간 조사업체 메트로엔진리서치 집계로도 전국 비즈니스호텔 평균 객실단가는 올해 4월 2019년 같은 달보다 36%, 도쿄와 교토는 40% 이상 높았다.

호텔비는 빠르게 올랐지만 일본 기업의 출장비 기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비 정산 시스템 업체 컨커가 지난해 10∼11월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회사 규정 숙박비가 모자라다"고 답했고, 국내 출장에 한정하면 77.5%에 달했다.

고소득 전문직의 대명사인 의사들조차 치솟은 숙박비와 제자리인 출장비 사이에서 고충을 겪는다. 의료전문매체 m3.com이 지난해 4월 의사 회원 1767명을 조사한 결과, 병원 소속 의사의 50.1%가 1년 전보다 출장지 숙박비가 늘었다고 답했다. 국내 학회조차 호텔비가 비싸 출장 한 번에 약 3만 엔을 자비로 부담한다는 의사가 있었고, 도쿄 학회에 참석하려다 하치오지나 마치다까지 밀려났다는 응답도 나왔다. 교외에 묵는 만큼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숙박비가 특히 비싼 교토에서는 "이제 학회를 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호소까지 나왔다.

호텔비 급등은 숙소 선택을 넘어 학회 참석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전문의 자격 갱신에 필요한 강습을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으면 현장 참석을 포기하거나, 비용 부담에 처음부터 온라인 참가만 택하는 의사들이 나타났다. 온라인 중계가 늘어 학회 출장을 거의 하지 않게 됐다는 응답도 있었다. 숙박비 상승이 학회 참석자의 불편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대면 참석 자체를 줄이는 셈이다.
호텔 객실 공급 부족

일본 호텔비 상승은 관광객 수가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방일객이 과거보다 오래 머물고, 단체여행보다 개인여행 비중이 늘면서 도심 호텔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국인 관광객의 평균 숙박일수는 2019년 3분기 6일에서 2024년 같은 기간 7일로, 1인당 숙박비도 4만 4583엔에서 7만 7783엔으로 늘었다. 단체관광객은 전세버스로 외곽 호텔에도 묵을 수 있지만, 개인여행객은 교통이 편리한 도심을 선호한다. 일본 3대 도시권의 외국인 숙박 연인원은 2019년 7월 678만 명에서 2024년 7월 1039만 명으로 늘었다. 관광객이 도심에 오래 머물면서 국내 출장자와 호텔방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됐다.

문제는 호텔 공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야 게이이치 경제평론가는 방일객이 늘기 전부터 호텔 부족이 예상됐지만, 수요가 지속될지 불투명해 업계가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면서 공급 확대가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지금 건설을 서둘러도 부족분을 단기간에 메우기 어려워 높은 숙박료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비용 압박도 만만치 않다. 일손이 부족해 객실 청소 위탁단가가 오르고, 임금 인상분이 다시 숙박료에 얹히는 연쇄가 이어진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최저임금이 개정돼 전국 평균이 처음 1000엔을 넘어선 만큼 비용 전가 압력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뾰족한 해법은 없다. 전문가들의 조언도 결국 출장자가 불편을 감수하라는 수준이다. 도심 호텔을 포기하고 고속도로 나들목 주변의 로드사이드 호텔이나 컨테이너 호텔을 쓰거나, 수도권에서는 다치카와, 지바현 후나바시·이치카와 등 외곽 도시까지 후보를 넓히라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기업이 오른 호텔비만큼 숙박비 상한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호텔비가 오를 때마다 출장비 기준을 즉각 조정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한 번 올린 상한액은 임금과 마찬가지로 다시 내리기 어려운 탓이다.

이에 비용을 늘리기보다 출장 자체를 관리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부서별 교통비·숙박비의 최저액·평균액·최고액을 공개해 평균 수준에서 지출하도록 유도하거나, 아예 대면 회의를 원격 회의로 바꾸는 방식이다. 생활용품 업체 유니참은 지난 6월 국내외 출장을 절반으로 줄여 연간 수억 엔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기업의 국내 출장 제도는 오랫동안 낮고 안정적인 물가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회사가 정한 숙박비로 도심 비즈니스 호텔을 구할 수 있다는 전제가 무너지자, 초과분은 직원의 자비 부담과 외곽 숙박, 장거리 이동으로 넘어갔다. 기업들은 숙박비 기준을 현실화할지, 출장을 줄일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도쿄 출장자가 캡슐호텔부터 검색하는 풍경은 단순한 숙박난이 아니다. 인플레이션과 방일객 급증으로 '값싼 일본'이 사라지면서, 이를 전제로 유지돼 온 출장 관행까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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