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부동산 대토론회, '완화냐 규제냐' 넘어 정책 시계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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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대토론회를 연다. 앞서 공급과 금융, 세제를 주제로 잇달아 의견을 들은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의견의 취합이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와 시행 순서다. 집값을 당장 누르는 대책과 몇 년 뒤 공급을 늘리는 정책,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금융과 주택을 짓게 하는 금융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정리해야 한다. 이번에도 ‘완화냐 규제냐’는 익숙한 공방에 머문다면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

현재 시장은 한 방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한 주 동안 각각 0.30%, 0.28% 오르며 동반 상승했다. 경기 일부에서도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는 반면 지방에서는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주택이 쌓이고 있다. 수도권의 입주 부족은 현실화하는데 후속 착공과 분양은 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집값 과열과 가계부채를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급 현장의 사업성 악화와 금융 경색, 중장기 공급 기반 약화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시장에 지역과 주택 유형을 구분하지 않은 일률적 처방을 적용하면 과열을 잡으려다 다른 지역의 침체를 키울 수 있다.

공급에는 단기와 중장기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 매입임대와 비아파트 공급은 당장의 공백을 메우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비아파트 공급은 아파트 입주 물량을 대신할 수 없고, 몇 년 뒤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재개발·재건축과 민간 주택사업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미룰 대상이 아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3~5년 뒤에도 공급 부족은 반복된다. 정부는 단기 보완책과 중장기 아파트 공급 계획을 동시에 내놓아야 한다.

금융도 용도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주택 구입 대출과 실제 주택 공급에 쓰이는 사업비·PF 금융을 같은 잣대로 묶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공급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규제를 풀 수도 없다. 착공 가능성과 공급 효과, 자금 사용처가 분명한 사업에 한해 선별적으로 금융을 지원해야 한다. 실수요자 금융 역시 주택 가격과 소득, 상환 능력,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선별해야 한다.

세제 역시 방향만큼 조합과 시행 순서가 중요하다. 세제는 주택 수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보유가액과 실제 거주 여부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초고가·비거주·다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더라도 거래의 출구까지 함께 막아서는 안 된다. 보유세만 먼저 높이면 매물 잠김을 부르고 임대료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함께 설계하고 세 부담의 대상과 강도, 시행 시기와 경과조치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23일 대토론회에서 대통령이 제시해야 할 것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적당히 섞은 절충안이 아니다. 당장 시행할 시장 안정책과 임기 안에 착공할 물량, 이후 준공·입주까지 이어질 단계별 시간표를 밝혀야 한다. 실수요 금융과 공급 금융을 투기성 대출과 구분할 기준도 분명히 해야 한다. 공급과 규제, 금융과 세제의 정책 시계가 제각각 움직이면 한쪽 대책이 다른 쪽 효과를 무너뜨린다. 충분히 들었다면 이제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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