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간판 기후 정책 '탄소배출권' 규제 완화…감축 속도 조절한다

  • 탄소 무상 배출권 종료, 2038년으로 연장

유럽연합EU 본부 앞에 걸린 깃발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 본부 앞에 걸린 깃발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자국 산업계의 타격을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 기후 정책인 탄소배출권거래제(ETS)의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늦추고 친환경 기술 투자를 늘리는 방향의 ETS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 2005년 도입된 EU ETS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정유, 철강, 화학 기업 등의 탄소 배출에 상한을 두고 배출권 구매를 강제하는 제도다. 현재 배출권 가격은 톤당 약 79유로(약 13만 4000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당초 EU는 기업들의 탈탄소를 압박하기 위해 2040년까지 매년 배출량 상한을 4.3%씩 줄여나갈 계획이었으나, 이번 개편을 통해 2031~2035년에는 3.7%, 2036~2040년에는 1.7%로 감축 폭을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 부담을 덜어줄 무상 배출권 혜택도 연장된다. 탄소 다배출 업종의 무상 배출권 지급 종료 시점을 기존 2034년에서 2038년으로 4년 늦췄다. 탈탄소화 투자 계획을 증명한 기업에는 무상 배출권의 80%를 먼저 제공하고 실제 투자가 집행되면 나머지 20%를 마저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도 신설됐다.

EU의 이 같은 갑작스런 조치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급등과 미·중 사이에서 고전하는 유럽 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그동안 이탈리아, 폴란드 등 일부 회원국과 제조업계는 현행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강력히 반발해 왔다.

반면 친환경 전환에 적극적인 북유럽 국가들과 환경단체들은 기후 대응 후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내홍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EU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기화 행동 계획'도 동시 공개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한 에너지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현재 23% 수준인 전력 소비 비율을 2040년까지 46%로 두 배 가량 끌어올려 유럽을 전기 중심 대륙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에 발표된 ETS 개편안과 전기화 계획은 향후 약 1년간 회원국 정부 및 유럽의회의 세부 조율을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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