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파업도 벅찬데"…완성차업계 덮친 '원·하청 교섭' 변수

  • 노란봉투법 첫 완성차 사용자성 인정

  • 본사 임단협에 하청노조 교섭 변수까지

사진챗GPT 생성
[사진=챗GPT 생성]
현대자동차 등 주요 완성차 노조가 파업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하청 노조와의 직접 교섭이 새로운 노사 변수로 부상했다. 노란봉투법 시행과 함께 노동위원회가 현대차에 원청의 사용자성을 일부 인정하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본사 노조와의 임단협뿐만 아니라 하청 노조와의 교섭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전날 전국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공고 시정 신청을 일부 인용한 결정문을 양측에 송달했다.

지노위는 현대차가 구내식당 노동자와 보안요원 등 일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인 사용자 지위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사용자성 인정의 핵심은 공간이었다. 울산·전주·아산 공장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협력업체 소속이긴 하지만 원청인 현대차가 소유하고 있는 작업 공간, 주요 설비,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며 원청 승인 없이는 근무 환경을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해당 업무가 현대차의 사업 운영에 필수적이고 근무 방식과 노동조건에도 원청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현대글로비스-하청업체로 이어지는 물류 구조에서 본사와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2차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도 일부 근로 조건에 한해 사용자성을 인정됐다.

지노위는 다만 별도의 공간에서 근무하는 판매대리점 영업사원에 대해서는 현대차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완성차 업계에서 나온 첫 사용자성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완성차업계 원·하청 노사관계의 기준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완성차업체들은 생산공정은 물론 물류·보안·급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고 있다. 완성차 제조 과정 역시 본사 직원과 계열사, 1~3차 협력사가 협동해서 운영되는 구조다. 현대차의 경우 협력업체만 약 85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본사 노조와의 임단협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내하청·용역노조와의 별도 교섭까지 현실화할 경우 노사관계가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부분파업 등 쟁의 행위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하청 교섭까지 더해질 경우 복수의 노조와 각각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교섭 기간이 길어지고 노무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곧바로 모든 완성차 업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청의 실질적인 지배 여부를 둘러싼 분쟁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종선 한국고용노동교육원장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현대차가 이번 사안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이제 막 도입된 제도인 만큼 정착까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결정은 원청이 하청노동자와 마주 앉아 교섭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면서도, 교섭 범위는 임금보다 작업환경 등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으로 한정한 절충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장기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장 완성차업계 전반에서 원청 교섭이 일반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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