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맛집, 명품 등 끝없이 이어지는 남의 인생샷에 지쳤다면, 혹은 하루하루가 따분하고 무료하다면,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이 선보이는 전시 '마틴 파: 위 아 마틴 파(We Are Martin Parr, 이하 마틴 파)'를 권한다.
현대 사진의 거장 마틴 파(1952~2025)의 시선으로 담아낸 누군가의 일상을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난다. 평범함이야말로 유머와 아이러니로 가득한 가장 비범한 풍경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안드레아 홀스헤르 매그넘 포토스 글로벌 컬처 디렉터는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틴 파는) 유머러스하면서 비판적이고 통찰력 높은 시선으로 동시대를 봤다"며 "관광, 여가, 소비, 문화 등 일상을 담은 그의 사진은 우리가 공유하는 시각적 기억의 일부"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전쟁이나 정치적 사건을 다룬다는 기존 통념을 깬 마틴 파는 사진의 영역을 확장했다. 홀스헤르 디렉터는 "그는 전쟁과 정치뿐 아니라 어떤 사회인지를 보여주는 일상 속에도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관람객들이 그의 사진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범함 속에 놀라움과 비범함이 숨어있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틴 파는 무심히 지나칠 법한 순간들을 집요하게 포착해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게 했다. 현대인의 욕망과 취향, 소비, 행동 방식을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유머로 담아냈다. "나는 그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지루한 것에는 의외로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등. 생전 그가 남긴 말은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광과 여가, 소비 문화의 풍경을 통해 현대사회를 들여다 본 연작 '작은 세계', '마지막 휴양지', '삶의 비용'을 비롯해 '상식', '죽음의 셀피', '남한', '북한', '자화상' 등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마틴 파의 유연한 시선이다. 비 오는 날 종이 상자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바삐 걸음을 옮기는 가죽 코트 차림의 여성 사진에서는 맑았다가도 갑자기 흐려지는 인생사가 보인다. 또 분위기 좋은 카페와 고층 빌딩이 내려다 보이는 와인바에서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무료한 연인'에서는 피식 웃다가도,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인생 사진을 건지기 위해 진짜 인생(목숨)을 거는 아이러니한 세상에서 관광지의 싸구려 기념 사진을 연상시키는 마틴 파의 자화상은 말한다. "인정하자, 세상은 웃기다.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전시는 7월 1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서울시립사진미술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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