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14일 연 주택공급 토론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모았지만 이를 정책으로 엮어낼 방향은 보여주지 못했다. 개발·건설업계와 정비사업 조합, 세입자, 시민단체, 학계 관계자 등이 각자의 진단과 요구를 내놨지만 질문과 반론, 검증이 이뤄질 공간은 부족했다. 한 참석자가 "민원 제기의 장 같았다"고 말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토론회가 다룬 범위부터 지나치게 넓었다. 비아파트와 재건축·재개발, 도심 유휴부지와 공공택지, 공공분양·임대 비율, 임대주택 공급 주체, 청년·신혼부부 주거비, 도시·건축 규제까지 7개 주제를 한꺼번에 올렸다. 각각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이다. 그런데 패널에게 주어진 시간은 3~4분, 일반 참석자는 2분 안팎에 불과했다. 이 구조에서 가능한 것은 토론보다 준비해 온 요구를 차례로 밝히는 일이었다.
마이크가 넘어갈 때마다 정책의 무게중심도 달라졌다. 한쪽에서는 재개발 의무임대 비율을 낮춰 사업성을 높여야 공급이 빨라진다고 주장했다. 다른 쪽에서는 공공택지에 공공임대를 적극 확보하고 재정과 주택도시기금 투입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금융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과 전세사기 재발을 막기 위해 보증 규제 완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땅과 용적률을 늘리자는 주장 뒤에는 무엇을 누구에게 어떤 가격으로 공급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대상은 달랐지만 공급 속도와 사업성을 앞세울지, 공공성과 주거 안정을 강화할지를 놓고 정책 방향은 분명히 엇갈렸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개별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보다 참석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무게를 뒀다. 의견을 향후 대책에 반영하고 대통령 주재 토론을 거쳐 정부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취지였다. 경청의 자리라는 행사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상반된 요구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정책적 결론에 이를 수 없다. 어느 주장이 실제 공급 확대와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는지, 어떤 부작용이 따르는지를 검증하고 선택의 이유도 설명해야 한다.
정부 내부의 지휘체계도 분명해야 한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얼마 전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할 만큼 공급 확대의 절박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급 확대라는 방향만 반복될 뿐 무엇을 먼저 풀고 무엇은 지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선택은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부처와 기관별 규제로 사업 자금과 이주비, 부지 확보에 차질이 생긴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부지 확보와 공급 규모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는다. 이래서는 무엇이 정부 방침인지 알기 어렵다.
토론회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조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직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을 조정하고 책임질 컨트롤타워를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대통령 주재 종합토론회도 의견을 다시 듣는 자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어떤 주택을 어디에, 누구를 위해 공급할지, 속도와 공공성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누가 언제까지 실행할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제 정부에 필요한 것은 경청이 아니라 선택이다. 그 선택을 실행으로 옮길 책임 있는 로드맵이 뒤따라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