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숨통 틔운 SK하이닉스…중장기 변수는 對美 투자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타종을 하며 나스닥 ADR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지난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타종을 하며 나스닥 ADR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나스닥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대규모 달러 유입이 예고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국내 외환시장에 유입되면서 외환 수급 개선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현지 반도체 생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조달한 달러가 향후 미국 투자와 생산기지 확충에 다시 투입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유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달러 유입이 일시적인 환율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구조적인 원화 강세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규모 달러 유입 본격화…환율 하락 기대 커진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0일 원·달러 환율의 새벽 2시 종가는 1498.5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일 종가(1530.0원)와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31.5원가량 떨어진 수치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이 대규모 달러 유입 기대를 키우며 환율 하락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 ADR 발행을 통해 265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대금은 공모 절차가 마무리되는 14일 납입될 예정이다.

수요 예측에서 공모액 대비 7배 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기관투자자의 추가 매수가 이어지면 지속적인 외화 유입 창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하루 최대 10억 달러 규모 신규 달러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출기업과 중공업체의 선제적 네고(달러 매도) 물량까지 유도하며 환율 하방 압력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달러 유입 규모는 '통화스와프급'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20년 체결한 6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당시 국내 시장에 공급된 달러는 198억7200만 달러였는데 SK하이닉스 ADR 발행으로 유입되는 달러는 이보다 규모가 크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통화스와프 발표 직전 1285.7원에서 다음 날 1246.5원으로 약 40원 하락한 바 있다.

이번 SK하이닉스 ADR 상장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향후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ADR 발행이 이어진다면 해외 자금 유입이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에도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ADR 환전 물량 유입과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리밸런싱 강도 완화 등을 감안하면 향후 환율은 현재 수준보다 하락 우위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DB
[아주경제DB]
달러 들어와도 다시 나간다…美 투자 확대 '변수'
다만 단기적인 달러 공급 확대가 구조적인 원화 강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향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對美) 설비투자와 현지 생산기지 확충이 본격화하면 해외직접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 역시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정부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현지 투자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하루 전인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주 마이크론 반도체 공장 착공식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며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확대를 촉구했다.

이미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는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공장 건설과 설비투자 등에 사용할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기업들이 환전 대신 외화를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122억5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5억7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화예금은 지난 4월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데 이어 5월에도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이번 ADR 발행으로 유입되는 달러가 향후 미국 공장 건설과 장비 도입, 현지 운영자금 등으로 다시 사용되면 외환시장에 남는 순달러 공급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인 달러 유입과 중장기적인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유출이 맞물리면서 환율 하락 폭도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해외 투자소득은 현지에서 재투자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소득 증가가 곧바로 국내 외환시장으로 외화 유입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최근 해외 직접투자 수익의 현지 재투자 비중은 다소 낮아지고 있지만 앞으로 해외투자 규모 자체가 확대되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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