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7시 40분. 장맛비가 쏟아지는 이른 아침인데도 강원 화천군청 군수실은 분주했다. 김세훈 화천군수는 민원인을 만나 현안을 듣고 인터뷰를 마친 뒤 곧바로 상서면과 화천읍 이장단 회의 참석을 위해 현장으로 향했다. 취임 일주일째. 그의 하루는 민원과 현장 행정으로 시작됐다.
민선 9기 첫 정책 인터뷰에서 김 군수가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의외였다. “관광객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화천에서 소비하고 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는 “산천어축제에 150만 명이 찾아와도 대부분 화천을 스쳐 지나가면 지역경제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이제는 방문객 수보다 숙박과 식사, 쇼핑 등 지역에서 소비가 이뤄지는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선 9기 관광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핵심 메시지다. 기존의 방문객 유치 중심에서 벗어나 관광객이 지역에 머물며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관광의 성패를 사람 수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소비 규모로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김 군수는 새로운 관광시설을 대규모로 조성하기보다 기존 관광자원의 재생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서오지리 연꽃단지와 붕어섬, 동구래마을, 열차펜션, 살랑골과 살랑교, 수달연구센터, 이외수문학관 등을 정비하고 콘텐츠를 보강해 사계절 관광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군부대 해체 이후 침체된 사내면은 관광을 통해 활력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광덕터널 개통으로 접근성은 좋아지지만 관광 콘텐츠가 부족하면 소비는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다”며 화악산과 광덕계곡, 삼일계곡, 천문대를 연결한 관광벨트 조성을 제시했다.
올여름 가장 먼저 선보이는 변화는 화천토마토축제다. 기존 도로 축제를 사창천 계곡과 생활체육공원으로 옮기고 물놀이 시설과 인공폭포, 분수 등을 갖춘 체류형 축제로 바꿨다. 행사 기간도 열흘로 확대했다.
김 군수는 “반지를 찾고 돌아가는 축제가 아니라 계곡에서 쉬고 먹고 즐기며 하루 이상 머무는 여름 대표 관광상품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가 구상하는 관광은 겨울 산천어축제, 여름 계곡형 토마토축제, 봄 꽃과 산나물, 가을 트레킹과 스포츠마케팅을 연결하는 사계절 관광이다. 파크골프와 전국대회, 농촌유학, 워케이션도 연계해 하루 관광을 며칠 머무는 관광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김 군수는 관광산업을 지역경제를 바꾸는 성장전략으로 규정했다. “관광객 한 명이 하루 더 머물면 숙박과 식사, 카페, 농특산물 구매까지 소비가 이어집니다. 관광은 숙박업소만이 아니라 음식점, 전통시장, 농업까지 함께 살아나는 산업입니다”
실제로 체류시간이 늘수록 소비는 지역 상권 전반으로 확산된다. 김 군수가 관광객 수보다 소비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광을 지역 안에서 돈이 순환하는 경제정책으로 바라보겠다는 의미다.
민선 9기 관광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재생’이다. 대규모 신규 개발보다 기존 관광시설을 리모델링하고 활용도를 높여 적은 예산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실용 전략이다. 접근성 개선과 함께 민간 투자도 유치해 호텔과 기업 연수원 등 체류 기반을 확충하고, 국비 확보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청정 자연은 화천 관광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관광 확대와 자연환경 보전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원칙도 분명히 했다.
이번 인터뷰는 민선 9기 관광정책이 단순한 관광 활성화를 넘어 군부대 감소와 인구 감소로 위축된 지역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임을 보여줬다. 관광객을 많이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오래 머물며 소비하도록 유도해 상권과 주민 소득을 함께 키우겠다는 점이 기존 정책과 가장 큰 차별점이다.
물론 체류형 관광이 성공하려면 숙박과 먹거리, 체험 콘텐츠, 교통, 서비스 품질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주민 참여와 지역 상권으로 소비를 연결하는 세밀한 정책 설계도 과제로 남아 있다.
민선 9기 화천군 관광정책은 ‘새 시설 건설’보다 ‘기존 관광자원의 재생’과 ‘체류형 소비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앞으로 이 구상이 실제 지역 상권과 주민 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김세훈 군정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제 화천 관광의 성적표는 관광객 숫자가 아니라, 관광객이 지역에 남기고 가는 소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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