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호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나홍진 감독과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이 참석했다.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 강렬한 장르적 색채를 보여온 나홍진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이자 그의 장편 연출작 가운데 네 번째 칸 초청작이다.
나홍진 감독은 배우 캐스팅에 관해 "황정민 선배는 '곡성'이 끝난 뒤 다른 영화로 캐스팅하려고 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였고 무서운 영화였다. 하지만 그 영화를 안 하게 되면서 캐스팅이 어려워졌고 다른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쓰는 동안 선배님을 생각하며 범석을 썼다. 필연적이고 자연스러운 캐스팅"이라고 밝혔다.
조인성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는 주변 배우들과 류승완 감독의 이야기가 계기가 됐다고 했다. 나 감독은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배우들이 조인성과 촬영을 자주 했는데,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같이 좋게 하더라. '뭐야, 이럴 수 있나' 싶었다. 류승완 감독님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류 감독님 작품을 보다 보니 '진짜 뭐가 있겠다. 이분을 모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분과 함께라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호연에 대해서는 "제가 이런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모습을 평소에 가지고 계셨다. 첫 만남에서 어떻게 이런 매치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감히 부탁드렸고 많이 졸랐다. 바쁜 분인데도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찍었다"고 전했다.
'호프'는 대규모 액션과 크리처, 추격 장면이 결합된 작품이다. 나 감독은 액션 장면에 대해 "안전에 제일 많은 신경을 썼다. 촬영 시작 1년 전부터 콘티와 스토리보드를 만든 상태에서 실제 촬영할 수 있을지 배우들, 스태프들과 논의했다.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에 맞는 액션을 해보고 싶었다. 준비 과정이 길었고 거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션이 단순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감정과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액션을 통해서 스토리를 느끼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사나 명확한 묘사 없이 액션을 통해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챕터별로 해야 할 이야기가 달랐다. 조인성 배우가 말한 것처럼 생존에 대한 느낌을 극대화하려는 액션도 있었다. '나는 살고 싶다'고 소리 지를 수도 있지만 그걸 액션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황정민 배우와 정호연 배우가 함께한 첫 시퀀스에서는 사냥하는 주체와 사냥당하는 주체가 바뀌면서 생기는 묘한 입장의 전환을 액션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배우들도 강도 높은 액션으로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특히 총격 액션부터 승마, 카체이싱까지 소화한 조인성은 긴 준비 과정 끝에 장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인성은 "자세히 말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어 허용되는 안에서 말하자면 마지막 액션 시퀀스가 어려웠던 장면이 아닐까 싶다. 저뿐만 아니라 차를 몰고 옆에서 함께해준 호연, 정민 선배도 호흡을 맞추기 힘들었던 장면일 것 같다"며 "어렵게 찍은 만큼 개인적으로는 위대한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속으로 뿌듯하다. 고생한 보람이 있는 시퀀스"라고 전했다.
특히 성기가 보여주는 승마 액션은 '호프'의 스펙터클을 끌어올리는 장면으로 언급된다. 조인성은 승마 장면을 위해 긴 준비 기간을 거쳤다고 밝혔다.
조인성은 "실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 세 달 동안 두세 번씩 연습했다. 아스팔트에서 뛰어보기도 하고 허락된 공간 안에서 산도 타보면서 말과 호흡을 맞추고 감을 잡으려고 했다. 쉽지 않았다.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다르게 동물이다 보니 말의 컨디션이 저와 맞지 않으면 언제든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있었다. 제가 당황하게 되기도 했다. 말과의 호흡이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 영화를 통해 배워가는 과정이 있었고, 승마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상하며 연기해야 했던 과정도 배우들에게는 낯선 도전이었다. 황정민은 "상대 배우가 없이 상상만으로 연기하는 건 저는 처음이었고 배우들 모두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머리로 생각하는 상상으로만 연기하는 것이 분명했다. 극대화할 수 있는 연기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선이나 그런 부분은 어느 키, 어느 정도 시선으로 잡아달라고 모니터를 보고 요청하는 것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며 "나름대로 계산이 필요한 연기였다.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완성되는데 이건 그럴 수 없으니 촬영 전부터 철저히 계산된 연기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호연은 "중간중간 시선을 잡아주신다고 레이저 포인트를 쓰거나 배우분들이 크리처 모형을 장착하고 서 계실 때가 있었다"며 "달릴 때나 차에 타고 있을 때, 말에 타고 있을 때는 상상력으로 연기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재미있게 느껴지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조인성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연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놓치지 말아야 하는 건 그것이 무엇이든 공포와 생존하려는 에너지였다. 영화를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그 무드를 이어가기 위한 호흡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정호연은 황정민, 조인성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두 분과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도전이었다"며 "말로 대화한다기보다 눈빛으로 대화가 이뤄지는 부분이 많았다. 그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어려웠지만, 한 몸이 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나 감독은 개봉을 앞둔 부담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굉장히 부담되고 불안한 순간"이라며 "어떻게 보셨는지는 확인하지 않을 생각이다. 귀를 막아놓고 개봉하는 날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겠다. 어쨌든 영화는 극장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고 관객들이 계셔야 존재하는 것이다. 남은 시간 동안 관객들의 좋은 관람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호프'는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을 비롯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 글로벌 배우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약 700억원 규모로 알려진 제작비와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이력, 나홍진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예매율 상위권에 오르며 여름 극장가의 핵심 기대작으로 떠오른 상황. 한국영화 대작의 존재감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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