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호황의 그림자...서버 메모리 뛰자 PC·스마트폰 원가 압박

  • D램 3분기 13~18% 추가 상승 전망

  • PC·스마트폰 출하 감소 우려도 확대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4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4 [사진=삼성전자]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 가격 급등은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 전통 IT 기기에는 원가 부담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서버 호황이 범용 수요 둔화를 얼마나 상쇄할지가 하반기 메모리 업황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보다 13~18%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플래시 계약가격도 10~1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상승폭은 2분기 D램 58~63%, 낸드 70~75%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상승세는 이어지는 구조다.

가격을 밀어 올리는 중심에는 AI 서버가 있다.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들이 AI 학습과 추론 서버 투자를 늘리면서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SSD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도 수익성이 높은 HBM과 서버용 제품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PC와 스마트폰용 메모리 공급은 상대적으로 빡빡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사들이 재고 보충을 이어가고 있지만, 공급사들이 서버용 제품으로 생산능력을 돌리면서 PC D램 공급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업체들도 높은 모바일 D램 가격을 상쇄하기 위해 3분기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세트 업계의 부담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가트너는 올해 D램과 SSD 가격이 2025년 대비 130% 오를 경우 글로벌 PC 출하량이 10.4%, 스마트폰 출하량이 8.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조건에서 PC 가격은 17%, 스마트폰 가격은 1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IDC 전망도 비슷한 방향이다. IDC는 메모리 부족으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2.9% 감소해 11억2000만대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억6000만대 줄어드는 규모다. 평균판매가격은 14% 올라 523달러를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저가형 제품군이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가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PC는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여지가 있지만, 보급형 제품은 원가 상승을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500달러 미만 보급형 PC 시장이 2028년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단가가 급등하면 세트 업체가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저장용량·메모리 사양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호재다. HBM과 서버용 D램 판매 비중이 늘수록 평균판매가격과 수익성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AI 서버용 메모리는 일반 PC·모바일용 제품보다 단가가 높고,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물량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된다. 증권가에서도 메모리 가격 상승과 HBM 공급 확대를 근거로 양사의 실적 전망을 상향하는 분위기다.

다만 메모리 호황이 전방 수요 전체의 회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버와 데이터센터 수요는 강하지만, PC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 기기는 가격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트렌드포스도 3분기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는 배경으로 소비자 시장의 수요 약화와 높은 가격 부담을 지목했다.

가전과 소비전자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TV, 셋톱박스, 일반 소비전자에 들어가는 범용 D램 수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이 고부가 서버 제품에 생산능력을 집중할수록 저마진 소비전자용 메모리 공급은 더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HBM 호황은 최소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2026~2027년 강하게 유지되고, HBM 생산에 필요한 웨이퍼 투입 증가가 범용 D램 공급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IDC도 스마트폰과 PC 시장의 메모리 공급 부담이 2026년을 넘어 2027년 중반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가전과 PC, 스마트폰 등 반도체가 탑재되는 기기에 미치는 원가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HBM 호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실적 개선 요인이지만, 세트 업체에는 원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서버 수요가 메모리 업황을 끌어올리는 동안 PC와 스마트폰 시장은 가격 인상과 수요 둔화를 동시에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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