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칼럼] 여야 당권 투쟁, 그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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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현상을 분석할 때 가끔 게임이론이나 스포츠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는 결코 게임이나 스포츠와 비교할 일이 아니다. 정치는 국민의 삶과 미래가 달려있는 존망의 영역이기에 그 엄중함이나 책임성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그럼에도 특정 정치현상을 분석할 때엔 특히 선거정치를 얘기할 때는 게임이나 스포츠 용어가 더 적절할 때가 있다. 비교적 유용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딱 이런 경우다. 최근 여야 모두 당권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묘하게도 민주당에서 두 팀, 국민의힘도 두 팀이 경쟁하고 있다. ‘팀’으로 부를 만큼 성향도, 차별성도 뚜렷하다. 이긴 쪽은 공천권을 장악하고 대선까지 질주하겠지만, 밀리는 쪽은 공천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다. 사활을 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당권 목표가 총선을 넘어 차기 대선 승리에 있다면, 지금은 마치 ‘대통령배 4강전’을 보는 듯하다. 그렇다면 최종 본선인 차기 대선은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인가.

먼저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과 친청’의 대결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이른바 ‘명청 대결’이다. 최근 노골적으로 정청래 전 대표를 디스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가 당내 ‘프레임 전쟁’에 불을 지폈다. 졸지에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게 된 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아프면서도 불리하다고 볼 것이다. 임기가 4년이나 남은 현직 대통령과 싸워서 승산이 있는 당내 파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대통령 지지율이나 인기는 여전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그 경향이 더 강하다. 누가 지금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정 전 대표도 쉬 넘기 어려운 싸움이다.

하지만 변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당내 문제에 개입하고, 김민석 전 총리를 ‘대리’로 내세운 것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리고 김 전 총리가 당 대표를 맡을 만큼의 역량이 있는지도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아직 전대까지는 한 달 이상이나 남았으니 섣불리 판단할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 의지대로 무난하게 김 전 총리가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그걸로 끝날 일이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당내 파워게임이 재연될 수도 있다. 혹여 ‘조기 레임덕’이라도 발생한다면 차기 총선도 위험하다. 그땐 다른 인물로 당을 재편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비등할 것이다. 정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통령과 세팅이 된 집권당 대표의 위험성은 갈수록 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재명 대통령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정청래 전 대표가 승리한다면 분위기부터 달라질 것이다. 날개를 단 정 전 대표의 질주를 누구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도 내상이 크겠지만 당의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의 뒷받침 없이는 정권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당청 간 갈등이나 긴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긴장은 외려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리고 민주당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 관건은 이 대통령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좋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크고 작은 갈등이 분열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할 수가 있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는 과거 ‘비명횡사’의 기억도 소환할 것이다. 어차피 차기 대선도 그 연장선에 있다.

국민의힘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장동혁 대표 중심의 ‘당권파’가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3 지방선거 참패는 국민의힘을 전면 혁신하라는 민심의 경고였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외려 ‘징계’ 운운하며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반대로 당권파와 싸우고 있는 한동훈 의원을 비롯한 ‘개혁파’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당권 경쟁의 승패는 간명하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 중심의 ‘당심’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수도권을 비롯한 ‘민심’을 따를 것인가에 달렸다. 말 그대로 사활이 걸린 건곤일척의 싸움이다.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총선 결과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어느 쪽이 유리할까. 누구도 쉬 물러나기 어렵기에 혹시 무승부로 끝나진 않을까. 승패 없이 갈라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친명과 친청, 어느 쪽이 이겨도 이긴 쪽에서 공천권을 장악하고 총선과 대선을 돌파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만 없다면, 차기 대선까지 화이부동의 자세를 유지할 것이다. 나눌 게 많은 집권당의 프리미엄이기도 하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당권파와 개혁파 모두 절박하다. 특히 당권파가 밀리면 당 혁신의 봇물이 터질 것이다. ‘보수 재건’의 깃발은 더 힘을 받을 것이다. 이럴 경우 여론은 당권파의 공천까지 막아설 것이다. 어차피 영남은 공천이 곧 당선의 절반 이상이기에 부담도 크지 않다. 당권파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이유인 셈이다. 지금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버티겠다’는 장 대표의 의중이 바로 그것이다. 동시에 당권파가 묵묵하게 장 대표를 엄호하는 배경이다.

한동훈 의원을 비롯한 개혁파가 당권 장악에 실패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공천도 어렵거니와 공천을 받아도 수도권 선거에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당심을 좇는 국민의힘 후보가 수도권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결국 ‘보수 신당’ 창당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지고 보면 명분이나 실리, 여론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내친김에 차기 대선도 노릴 수 있다. 이럴 경우 수도권과 충청권 등에서는 민주당과 보수 신당,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선별적으로 맞대결을 펼칠 것이다. 영남권에서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대결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 때 부산 북갑 재보선 케이스가 그것이다. 정당 지지율도 팽팽할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을 보수 신당이 상당 부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기성 정당에 대한 반감에 더해 신당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은 총선 판세의 연장선에서 볼 수밖에 없다. 보수 신당이 선전한다면 ‘한국판 마크롱’의 등장도 불가능은 아니다. 물론 아직은 그림일 뿐이다. 그 그림이 지금 당권 경쟁으로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정치적 상상력도 재밌는 그림이다.

 필자 주요 이력

△시사평론가(현) △인하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전) △혁신과미래연구원 원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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