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윤의 플러그인] 삼성·SK, '4755조 메가 투자' 실탄은 어떻게 마련할까

  • 현금성 자산 총 97조5000억원···영업흐름에만 의존 불가능

  • 용인·평택·청주 등 기존 예산 대거 포함···"신규 투자, 통제 가능"

  • 정부 세제 혜택, 외부 FI 등 통해 자금 안전판 확보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삼성과 SK가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에 총 4755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국가 예산의 수 배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의 주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잉여금은 올 1분기 기준 각각 445조6098억원, 148조7463억원이다. 양사 합산 594조3561억원 수준이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영업활동이나 자산 처분 등을 통해 거둔 순이익으로 향후 배당이나 투자 등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삼성전자가 공언한 2450조원, SK하이닉스의 1100조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특히 주기적으로 불황을 겪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호황기 영업이익이 폭증하더라도 자체 영업현금흐름에만 의존해 매년 수십조원을 쏟아붓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는 이번 투자가 최대 2040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삼성과 SK는 향후 약 15년에 걸쳐 전국 주요 거점에 단계별 투자 자금을 나눠 집행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AI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수요에 맞춰 생산공장 건설과 장비 반입을 순차적으로 분산하겠다는 전략이다. 업황이 악화할 경우 집행 속도를 조절해 재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천문학적인 총액과 달리 양사의 실제 '추가 신규 투자 부담'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번 발표 액수의 상당 부분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캠퍼스 조성 등 수년 전부터 확정돼 추진 중이거나 고정적으로 계획된 기존 예산이 공시 상 재편되면서 합산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실제 투자액 가운데 67.3%(1650조원)는 용인과 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에 집중 투입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5공장(P5) 공사 착수를 공식화했고, 앞서 2023년에는 용인 남사 국가산단에 360조원을 들여 6기의 메모리 팹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제시된 1650조원의 경우 기존 중장기 계획에 건설비와 기자재 비용 상승분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SK그룹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완공 시점을 당초 2045년에서 2033년으로 대폭 앞당기며 오히려 신규 지출 부담을 줄였다는 평가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책임지는 총 1100조원의 반도체 투자 중 용인 팹 4기 구축에 배정된 600조원, 청주 신규 팹 및 후공정 패키징 공장의 100조원 등 총 700조원 규모가 이미 예고된 투자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특정 권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을 아우르는 중장기 로드맵"이라며 "국가 전역의 청사진을 그리는 과정에서 용인 등 이미 조 단위 투자를 집행 중이던 기존 사업장들까지 자연스럽게 포함됐다"고 밝혔다.

서남권 등 신규 투자에 필요한 추가 재원에 대해선 "반도체에서 창출한 수익으로 감당하겠다"는 기조가 강하다. 양사는 AI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제품 판매로 벌어들일 막대한 영업현금을 설비투자에 최우선으로 재투자할 방침이다.

범정부 차원의 메가 프로젝트인 만큼 전력, 용수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재정 지원과 세액공제 혜택도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지분 유동화나 필요 시 공동 투자 형태의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등 다각적인 외부 조달 선택지 역시 존재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현금 창출력은 현재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며 "다만 정부가 약속한 전력과 용수 공급, 세제 혜택 등이 적기에 지원돼야 이번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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