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영의 재테크루] 배우자가 내 차로 음주운전 사고…차주도 2억 물어야 할까

  • 대법 "승인 없었다면 차주 책임 아냐"

  • 보험사 5억9000만원 지급 뒤 2억4000만원 청구했지만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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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배우자가 내 차를 몰다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면 보험계약자인 차주도 수억원대 사고부담금을 내야 할까. 대법원은 차주가 배우자의 음주운전을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볼 수 없다면 보험사가 차주에게 사고부담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음주운전 사고의 책임은 무겁지만, 운전자가 아닌 보험계약자에게까지 사고부담금을 물리려면 약관상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취지다.

배우자 사고라도 ‘승인 여부’가 쟁점

30일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는 지난 25일 한 손해보험사가 자동차보험 계약자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부부한정 운전 특약이 포함된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했다. 보험계약자인 A씨의 배우자는 2023년 4월 새벽 술에 취한 상태로 A씨 명의 차량을 운전하다 신호를 위반해 오토바이를 충격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는 약 12주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고 오토바이도 전손됐다.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치료비와 차량 피해 보상 등으로 총 5억9145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음주운전 사고에 따른 사고부담금 명목으로 배우자와 함께 A씨에게도 2억4641만원을 청구했다.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가운데 자동차보험 약관상 차주에게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본 금액이다.

쟁점은 A씨가 배우자의 음주운전을 승인했는지였다. 해당 자동차보험 약관은 피보험자 본인이 음주운전 등을 하거나 기명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 아래 운전자가 음주운전 등을 하다 사고를 낸 경우 피보험자가 보험사에 사고부담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보험사는 A씨가 배우자의 음주운전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승인한 기명피보험자이거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원심은 A씨가 배우자의 음주운전을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고, 대법원도 이 판단이 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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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노바나나]
부부한정 특약, 사고부담금은 별개

이번 판결은 부부한정 특약의 의미를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부한정 특약은 보험 적용 운전자의 범위를 부부로 제한하는 조건이다. 배우자가 운전 중 사고를 내면 보험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 배우자가 음주운전을 했을 때 보험계약자인 상대 배우자가 언제나 사고부담금까지 함께 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음주운전 사고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 본인에게는 형사·민사상 책임이 따르고 자동차보험에서도 사고부담금 부담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2022년 자동차손배법 개정 이후 음주운전 등 중대 법규 위반 사고에 대해서는 의무보험 한도 내에서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을 사실상 전액 구상할 수 있도록 부담이 강화됐다.

다만 이번 판결의 핵심은 ‘운전자 책임’과 ‘보험계약자 책임’을 구분했다는 데 있다. 가족이나 배우자가 내 차를 운전했다는 사정만으로 차주가 음주운전을 허락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보험계약자인 차주에게 사고부담금을 청구하려면 약관에서 정한 것처럼 차주가 음주운전을 알고도 허락했거나 적어도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필요하다.

자동차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는 사고부담금 구조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고부담금은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음주운전·무면허운전·마약 또는 약물운전 등 중대 위반 사고를 낸 피보험자에게 일정 금액을 다시 청구하는 제도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보험금은 먼저 지급하되 사고 원인을 제공한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는 장치다.

특히 가족이 함께 차량을 이용한다면 운전자 범위 특약만 볼 것이 아니라 약관상 사고부담금 조항도 확인해야 한다. 부부한정, 가족한정 특약은 보험료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운전자가 음주운전 등 중대한 위반을 하면 사고부담금 문제가 별도로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내 차를 가족이 운전한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자동으로 차주에게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량 관리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도 어렵다. 음주 상태인 가족에게 차 키를 건네거나 운전을 사실상 방치했다면 묵시적 승인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보험료를 아끼려고 운전자 범위 특약을 고르는 것만큼, 가족 간 차량 이용 원칙과 사고부담금 조항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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