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은행권 시니어 금융 경쟁… 치매·상속·기업승계로 확대

  • [프론티어 격돌] 65세 이상 1113만명… 전체 22% 차지

  • 치매·의료비 신탁에 주거·상속 등 연계

  • 우리銀, 기업승계지원센터 신설 통해 제 3자 매각·M&A 등 맞춤형서비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 은행권의 시니어 금융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고령층 자산관리 수요가 커지면서 은행들이 예금·연금 중심 서비스를 넘어 △신탁 △생활자금 대출 △기업금융 등의 분야에서 시니어 특화 전략을 강화 중이다.

24일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1113만8529명으로 전체 인구(5109만5330명)의 21.8%를 차지했다.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 사회에 들어갔다. 이에 △치매 이후 자산관리 공백 △의료비 지급 △상속 분쟁 △기업 오너 승계 문제 등이 은행권의 새 사업 영역으로 주목된다.

먼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치매와 중증질환 이후 금융거래 공백을 줄이는 신탁 상품을 선보였다. 고객이 건강할 때 자산 관리 방식을 미리 정해두고 향후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질 경우 은행이 사전에 정한 조건에 따라 자금을 집행하는 구조다. 고령층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돌봄 부담과 상속 분쟁 가능성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신한 SOL메이트 치매안심신탁’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건강할 때 자산을 직접 관리하다가 치매 등 건강 이상이 발생하면 사전에 지정한 신탁관리인을 통해 금융거래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신한은행은 기초연금을 신한은행 계좌로 수령하는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신한 기초연금 비상금대출’을 출시했다. 치매안심신탁이 자산관리 공백을 줄이는 상품이라면 비상금대출은 갑작스러운 생활자금 수요를 겨냥한 포용금융 성격이 강하다.

농협은행은 의료비 지급 범위를 넓힌 종합형 신탁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NH올원더풀 의료비치매안심신탁’을 통해 고객이 치매나 중증질환 등으로 직접 금융거래가 어려워질 경우 사전에 정한 조건에 따라 자산을 관리·집행한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시니어 주거와 상속, 자산관리를 연결하는 전략을 앞세웠다. 고령층 주거 수요가 확대되면서 시니어 레지던스 입주보증금·사후 반환채권·상속 수익자 지정 등이 새로운 신탁 수요로 떠오른 영향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액의 주거 보증금을 신탁과 자산관리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접점이 생긴 셈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시니어 레지던스 입주 고객의 보증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후 상속까지 지원하는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출시했다. 시니어 레지던스 입주 고객의 입주보증금 반환채권을 신탁 대상으로 삼은 것이 핵심이다.

국민은행은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와 협업해 해당 서비스를 마련했다. 시니어 시설은 은행·보험·요양 인프라를 함께 보유한 금융그룹이 시니어 금융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으로도 꼽힌다.

하나은행은 고액자산가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와 상속 설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 더 넥스트’를 통해 △은퇴·노후 자산관리 △상속증여 △시니어케어 △법률·라이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에는 브릭스인베스트먼트와 시니어 레지던스 ‘소요한남 by 파르나스’ 입주자를 위한 유언대용신탁 및 자산관리서비스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기업승계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해 중소·중견기업의 승계 전 과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기업 오너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 문제가 커지면서 기업금융 영역에서도 승계 지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센터 신설 이후 우리은행은 총 554개 기업과 기업승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을 맺은 기업 대표들의 연령대는 50~69세가 70.2%, 70세 이상이 20.5%로 고령 인구의 비중이 뚜렷했다.

또한 대표들이 기업 승계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비중도 43.7%로 집계됐다. 이들은 자녀의 승계 의사 미확인, 산업 환경 불확실성 등으로 은퇴 이후 장기적인 기업 유지 계획을 세우는 데 문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는 상속·증여 중심의 친족 승계뿐 아니라 제3자 매각, 인수합병(M&A),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등을 지원한다. 기업 재무구조 분석과 승계 구조 설계, 금융상품 연계, 회계·법무 자문 등을 결합해 기업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고령화가 개인의 노후 생활비와 상속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중소·중견기업의 지속 경영 문제로 이어지면서 은행의 역할도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함께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은행들이 시니어 금융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비이자 사업 확대 필요성도 부각된다. 예대마진 중심 수익구조가 금리 변동과 대출 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상황에서 신탁·자산관리·승계 컨설팅은 수수료 수익을 늘릴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특히 고령층 자산관리는 장기 관리 수요가 크고 세무·법률·부동산·상속 상담과 결합할 수 있어 은행권의 고객 접점을 넓히기 위한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25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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