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하시죠."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TV조선 '강적들'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실상 차담(茶談)을 제안했다. 단순한 덕담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정치권은 이 발언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의 차담이 성사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만남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미 이번 지방선거 승리로 대한민국 정치권의 유력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서울시장 5선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은 물론, 강북권과 서남권에서 나타난 교차투표를 통해 중도 확장 가능성까지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 제안에 응할 것이냐는 점이다. 정치적으로만 보면 이 대통령에게는 득과 실이 동시에 존재한다.
반면 정치적으로는 그 부담이 적지 않다. 오세훈 시장은 현재 보수 진영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차기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만나 정책을 논의하는 순간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위상은 한 단계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시장 5선 입성으로 체급이 한껏 올라있는 상태다.
실제로 과거 청와대는 야권 유력 주자들과의 관계 설정에 매우 신중했다. 만나는 순간 상대의 정치적 체급을 인정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만난다면 무엇을 이야기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동산은 의외로 접점을 찾기 어려운 분야다.
오세훈 시장은 공급 확대론자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시장 관리와 수요 억제, 공공 역할 확대를 강조해 왔다. 철학적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단기간에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접점은 다른 곳에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내년 8월에 열리는 2027 서울 천주교 세계청년대회(WYD)다. 전 세계 수십만 명, 많게는 100만 명에 이르는 청년과 순례객이 서울을 찾게 되는 WYD는 종교 행사를 넘어 국가 프로젝트에 가깝다. 교황 레오 14세 방한은 물론 숙박과 교통, 관광, 안전 대책이 총동원돼야 한다.
이 대회는 서울시 혼자 할 수도 없고 중앙정부 혼자 할 수도 없다. 특히 관광산업 활성화와 국가 브랜드 제고 측면에서 이재명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는 몇 안 되는 분야다.
더욱이 서울시는 이미 국제행사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 당시 서울시는 수만 명의 참가자를 긴급 수용하며 숙박·교통·문화행사·안전관리 대책을 신속하게 가동했다. 사실상 국가적 위기 상황을 수습한 주역 가운데 하나였다.
이 때문에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서울대교구와 중앙정부 역시 서울시의 행정력과 국제행사 운영 경험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십만 명의 해외 순례객을 맞이해야 하는 WYD는 단순한 종교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와 직결되는 국제행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 국제회의 산업 육성, 글로벌 이벤트 개최 등도 협력이 가능한 영역으로 꼽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담이 성사될 경우 협치의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더 큰 의미는 따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이고, 오세훈 시장은 가장 강력한 차기 주자 중 한 명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한 서울시 현안 논의를 넘어 향후 정치 지형을 가늠하는 장면으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차담은 아직 제안 단계다. 그러나 만약 성사된다면 그 자리는 커피 한 잔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부동산에서는 평행선을 달릴 수 있다. 그러나 WYD와 관광, 국제행사와 같은 국가적 과제에서는 의외의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
그래서 관심은 차담의 성사 여부도 그렇지만, 그 자리에서 어떤 의제가 오르내리느냐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따라서 그 만남은 협치의 시작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정치의 출발점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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